속보

단독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러시아에 '분노'... "여객기 추락, 제대로 사과하라"

입력
2024.12.30 16:01
수정
2024.12.30 16:26
15면
구독

여객기 러시아 미사일 탓 추락했는데
푸틴 "비극, 사과" 에둘러 말하자 '발끈'
"사과 및 책임 인정, 관련자 처벌" 요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29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외곽에 있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에서 TV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29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외곽에 있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에서 TV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를 두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러시아에 분노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를 방어하던 러시아 방공망(지대공미사일)의 여객기 공격이 사고 원인인데도 러시아가 원인을 은폐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예프 대통령은 이날 TV연설을 통해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한 여객기는 러시아 지상 포격으로 격추됐음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항공 소속 여객기(J2-8243편)는 25일 카자흐스탄 악타우시와 약 3㎞ 떨어진 지점에 추락했는데, 추락 원인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및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으로 밝혀졌다. 해당 여객기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이륙한 뒤 러시아 연방 소속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돌연 동쪽의 카스피해로 방향을 튼 뒤 악타우시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사고로 탑승객 67명 중 38명이 사망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3일 동안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헛소문' 외에는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사건을 감추려는 시도가 있었던 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사고 직후 러시아 민간 항공감시업체 등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가스 실린더 폭발'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사고 원인으로 '러시아 공격설'이 힘을 얻어가는 와중에도 크렘린궁은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러시아 사과도 요구했다. 그는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에 사과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 사흘 만이자 아제르바이잔이 여객기 추락은 러시아 소행이라는 잠정 결론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떤 사고인지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은 채 "비극적인 사건에 사과한다"고만 말했다. 이 같은 사과가 불충분했다는 게 아제르바이잔 정부 입장이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 아제르바이잔 및 부상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제안한 전문가를 통한 사고 조사도 편파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대신 그는 별도 전문가에게 조사를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객기가 추락한 카자흐스탄은 여객기에서 확보한 블랙박스를 브라질로 보내기로 한 상태다. 사고 여객기는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사의 '엠브라에르 190'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