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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라이저 규정대로 설치했다는 정부…전문가 "구조·위치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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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2216편이 충돌한 무안국제공항 시설물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흙과 콘크리트를 사용한 높고 단단한 구조로 건설돼 피해를 키웠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 시설이 국내외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입장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4년 전 해당시설 설계 용역 당시 파손되기 쉽게 설계하라는 지침이 확인되는 등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1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오전 브리핑을 열고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가 국내 규정에 맞게 건설됐다고 수차례 밝혔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설치돼 공항시설법 관련 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항시설법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은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 등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시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부 고시도 종단안전구역 안 시설물의 위치와 구조만 규정한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당국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국제 기준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 역시 착륙대로부터 240m 안에 설치하는 시설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ICAO 규정은 '통상적(typical)'이란 표현을 사용한 권고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권고를 받아들이더라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264m에 위치해 착륙대(활주로를 감싸고 있는 최소 60m의 포장도로)와 이 공항의 종단안전구역 거리(199m)를 합한 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20년 3월 한국공항공사의 ‘무안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 입찰공고 과업내용서에는 ‘파손성(Frangibility) 확보 방안에 대한 검토’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업내용서는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을 고려하여 설계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계기착륙시설 설치 위치를 검토할 때 “관련 법규, 항공등화, 장애물제한표면 등을 포함한 검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흙무더기 위에 콘크리트를 넣은 단단한 받침 위에 설치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고기가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에 부딪힌 후 동체가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한 만큼, 로컬라이저 관련 전반적인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종단안전구역을 설치하고 장애물이 될 수 있는 항공 시설물이나 장비를 모두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만일의 사고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2중, 3중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라는 규정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무안국제공항을 설계한 당시에는 국제 기준도 150m 안 시설물에 적용됐다”며 “항공기가 대형화했는데 오래전 규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기준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최소 90m를 확보하도록 돼 있다. 공항별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무안국제공항 199m, 포항경주공항 92m, 사천공항 122m, 울산공항 200m, 제주공항 240m다. 규정만으로는 하자가 없는 거리지만,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공항 안전규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공항이 작아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할 수 없다면 이마스(EMAS・활주로 이탈방지 시스템)를 설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활주로 끝에 항공기 속도를 제어하는 구조물을 설치해 항공기를 제동시켜 '오버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시스템이다. 미국은 71개 공항 활주로 121곳에 설치돼 있으나, 국내에 설치된 공항은 아직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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