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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꿈꾸던 가족의 자랑 잃었다"… 애끊는 태국인 희생자 유족

입력
2024.12.31 14:45
수정
2024.12.31 15: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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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체, 태국인 승객 2명 사연 전해
현지 유족들 시신 수습 위해 한국행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사망한 22세 태국인 S씨 생전 모습. 태국 방콕대 항공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승무원을 꿈꿨다. 치앙마이뉴스 캡처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사망한 22세 태국인 S씨 생전 모습. 태국 방콕대 항공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승무원을 꿈꿨다. 치앙마이뉴스 캡처

“우리 마을에서는 극소수만 대학에 간다. 방콕대 재학 중인 조카는 가족의 자부심이었다.”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태국인 S(22)씨 외삼촌 띠라팟 자우에(37)는 30일 현지 매체 더네이션에 이렇게 말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한국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다 추락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사망자 179명 중 2명은 한국과 연이 있던 태국 승객이었다. 한국 사고 소식이 현지에 전해지면서 태국에서도 자국 희생자의 사연과 타국에서 가족을 잃은 애끊는 슬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학 졸업 3개월 앞두고 참변

S씨는 태국 최북단 오지 치앙라이주 매수아이 소수민족 마을 출신이다. 태국 명문대 중 하나인 방콕대 항공경영학과 4학년으로, 졸업을 3개월 앞두고 화를 입었다.

한국에서 새 가정을 꾸린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두 번째로 한국을 찾던 길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의 어머니가 무안국제공항까지 딸을 직접 마중 나와 한층 반가운 상봉이 될 수 있었지만 모녀는 결국 현생에서 다시 만나지 못했다.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사망한 22세 태국인 S씨의 가족들이 사망 소식을 듣고 비통함에 빠져 있다. 주정부 관계자들도 집에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현지 매체 마띠촌은 전했다. 마띠촌 캡처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사망한 22세 태국인 S씨의 가족들이 사망 소식을 듣고 비통함에 빠져 있다. 주정부 관계자들도 집에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현지 매체 마띠촌은 전했다. 마띠촌 캡처


띠라팟은 “사람들이 대학에 거의 진학하지 못하는 이 마을에서 S가 대학에 간 것만으로도 집안의 경사였고, 공부도 잘해 장학금을 받아왔다”며 “조카는 졸업 이후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S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가족이 방콕 여행을 준비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띠라팟과 S씨의 남동생 두 명은 31일 오전 제주항공이 마련한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향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S씨의 장례를 치르고 유골만 가져올지, 아니면 시신을 온전히 고향으로 가져올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모교인 방콕대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S씨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친정 방문 후 귀국하다 참변

또 다른 희생자인 태국인 승객 J(45)씨는 태국 북부 우돈타니주 농우아소 출신으로, 이달 초 한국인 남편과 함께 태국 친정을 방문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했다. 남편은 직장 문제로 J씨보다 먼저 귀국했다고 한다.

약 7년 전 한국에 일하러 갔다가 한국인 남편과 재혼한 그는 1년에 한 번씩 고향을 방문해 머물렀다. 이번에도 심장병을 앓는 아버지(77)를 만나러 왔던 터였다. J씨 아버지는 막내딸의 사진을 보며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었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사망한 45세 태국인 J씨의 아버지가 숨진 막내 딸의 사진을 들고 있다. 태국PBS 캡처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사망한 45세 태국인 J씨의 아버지가 숨진 막내 딸의 사진을 들고 있다. 태국PBS 캡처


그는 현지 매체 마띠촌에 “J가 사망 이틀 전 점심 식사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갈 수 없다고 했다”며 “딸이 화가 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J씨는 출발 전 아버지에게 마을 상조회 비용으로 1만 밧(약 43만 원)을 건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J씨 아버지는 “이 돈을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 몰랐다. 딸을 태국으로 데려와 불교식 전통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다시 보고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오열했다.

우돈타니 주지사도 30일 J씨 고향집을 방문해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태국 정부는 희생자 가족들의 심리 지원을 위해 정신 건강 위기 평가·치료 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주한 태국대사관은 태국 총리실에 다음 달 4일까지 조기를 게양할 것을 요청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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