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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돌아오지 못한 입국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 "하늘에서 맛있는 거 사먹어"

입력
2024.12.31 22:00
수정
2025.01.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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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사흘째 사고현장 공항에 분향소 마련
영정 보며 오열하는 유족... 시민들도 조문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차려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조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무안=조소진 기자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차려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조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무안=조소진 기자

"애들이 왜 저기에 있어. 00아 말도 안 돼. 엄마를 놔두고 네가 왜. 엄마는 어떻게 살라고…."

31일 오후 6시 51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입국장.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가리고 있던 흰 천이 걷히자, 통곡과 흐느낌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릴 힘도 없는 듯 기둥에 겨우 기대 서있던 한 여성은 황급히 입을 가렸지만, 울음소리는 좀처럼 삼켜지지 않았다.

공항 합동분향소는 참사 사흘째인 이날에야 차려졌다. 전날 공항 인근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만들어졌다가 사고 현장이면서 유족들이 주로 머무는 이곳에 합동분향소가 있어야 한다는 유족 요청에 다시 마련된 것이다. 무안종합스포츠파크는 일반분향소로 운영된다.

희생자 179명의 유족들은 제단에 놓인 영정사진과 위패를 보고서야 소중한 이의 죽음을 실감한 듯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뜨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가족 단위 여행을 떠난 희생자가 많았던 탓에 위패는 3, 4개씩 나란히 모여 있었다.

오모씨도 일곱 살 딸의 손을 잡고 줄을 섰다. 오씨 아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어린 딸은 낯선 환경과 사람들이 어색한지 쭈뼛거리다 작은 손으로 국화를 제단에 놨다. 오씨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를 숙였다. 마스크를 쓴 20대 여성은 분향소 앞줄에 서서 희생자를 가리키며 일행에게 "저기 있어. 어떡해. 찾았어"라고 말했다.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이들의 눈은 어느새 충혈돼 있었다.

70대 노모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 "아악 00아... 가지 마... 어쩌자고 네가...." 3분여의 짧은 조문을 마친 사람들은 아직도 가족과 지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유족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도 "누나 어디 감. 나랑 유럽 가자며"라고 희생자를 그리워하는 글이 올라왔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차려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조문하러 온 아이가 하늘색 돼지저금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무안=문지수 기자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차려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조문하러 온 아이가 하늘색 돼지저금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무안=문지수 기자

시민들의 애도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용인에서 아홉 살,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온 소재원(40)씨는 "희생자 중에 아들 또래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둘째 아이가 가보자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이 "천국에도 편의점이 있지 않을까"라고 묻더니, 돼지저금통에 모아둔 돈을 주고 싶다고 해서 들고 왔다고 한다. 하늘색 저금통에는 '친구야 하늘나라에서 맛있는 거 사 먹어. 그곳에서 행복해 -소명, 소설-'이라고 적혀 있었다.

유가족 대표를 맡은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늦은 시간에 제사를 올리게 된 점 유족의 대표로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의 신원이 확인돼 격납고 냉동 컨테이너에 안치됐다. 이 가운데 6명은 유족에게 인도돼 장례를 치르게 됐다. 나머지 170명 중 일부도 검시와 검안, 유전자 정보(DNA) 대조까지 필요한 절차를 마친 뒤 이날 오후부터 인도되기 시작했다. 당국은 6일까지 모든 희생자 인도를 마칠 계획이다. 179명 중 5명의 신원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았다.

무안= 조소진 기자
무안= 이유진 기자
무안= 김나연 기자
무안= 문지수 기자
무안=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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