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인수 불허에 日정부 "유감"... 일본제철, 美정부 고소할 듯

"추후 미일간 투자에 우려 목소리"
일본제철, US스틸에 890억엔 위약금
트럼프도 같은 의견... 뒤집기 어려울 듯

지난해 12월 19일 한 일본 남성이 도쿄 시내 일본제철 사옥에 설치된 로고가 적힌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국가안보상 이유로 불허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일본제철은 이 결정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일본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US스틸 매각 불허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보상 우려라는 이유로 이런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그는 "양국 경제계, 특히 일본 산업계에서는 앞으로의 미일간 투자에 대한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일본 정부로서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판단에 대한 설명과 대응 방안을 바이든 정권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일본제철의 US스틸 매각 불허 결정을 발표하면서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노동조합에 소속된 미국인 철강 노동자가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미국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한 곳을 외국 통제에 두면 우리 국가안보와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기업간 동의된 인수 계획이 대통령에 의해 막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브래독에 위치한 US스틸 에드거톰슨 공장 모습. 브래독=AP 연합뉴스

일본제철과 US스틸 모두 바이든 대통령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양사는 성명을 통해 "동맹국인 일본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충격적이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려 하는 동맹국 기업들이 투자를 억제하도록 하는 강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바이든 대통령의 오늘 행동은 부끄럽고 부패했다"며 "우리 회사의 미래와 노동자, 국가안보를 모두 해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 추진 과정에서 인수가 실패할 경우 위약금을 물기로 했고, 이번에 인수가 최종 무산될 경우 890억 엔(약 8,300억 원)가량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송으로도 이번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닛케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이번 결정에 찬성하고 있어 타개할 만한 길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