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계약 서면 늑장 발급… 크래프톤·넥슨코리아·엔씨소프트 제재

공정위, 게임업계 불공정 관행 집중 직권조사
크래프톤 3600만 원·넥슨 3200만 원 과징금

크래프톤의 대표작인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하도급 업체에 용역을 의뢰하면서도 금액과 계약 내용 등을 기재한 서면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은 게임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상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크래프톤, 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 3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크래프톤과 넥슨코리아엔 각각 과징금 3,600만 원, 3,200만 원도 부과했다. 엔씨소프트는 비교적 위반 행위 기간이 짧아 과징금을 피했다.

조사 결과, 크래프톤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 사이 24개 수급사업자에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그래픽·모션·녹음 리소스 제작 등 관련 용역 42건을 위탁하면서도 하도급 대금과 계약 내용을 명시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 관련 서면은 용역 수행이 시작된 후 최소 1일~최대 97일이 지난 후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코리아도 2021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수급사업자 12곳에 버블파이터 리소스 등 관련 용역 75건을 맡겼으나, 서면은 최소 1일~최대 86일이 지난 후 발급했다. 엔씨소프트도 2020년 12월부터 3개월간 8개 수급사업자에 리니지 등 리소스 제작 28건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서면은 최소 1일~최대 35일이 지난 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세 회사 모두 일부 거래는 계약이 종료된 후에야 서면을 발급한 경우도 있었다.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로부터 위탁받은 용역 수행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 계약 내용을 정확히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2023년 4월 신산업하도급조사팀을 신설, 신성장 콘텐츠 제작분야 대상 직권조사를 실시해왔다.

이번 제재는 게임업계를 집중 점검한 결과다. 공정위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 관행적인 서면 지연 발급 거래 행태가 나타나고 있었다"며 "서면 발급 의무 위반은 수급사업자의 지위를 더욱 열악하게 하고, 하도급 관련 분쟁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신산업 분야에 조사 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