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21>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개혁
5조달러 감세, 재정적자 감축
트럼프의 '두 마리 토끼' 개혁
아르헨, 민영화 개혁에 주목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상태는 결코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국가부채가 36조 달러에 달하고, 부채에 대한 이자 지출만 1,690억 달러로 연방정부 지출의 13%에 해당한다. 여전히 의회가 세입보다 많은 세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재정적자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미국은 2000년, 즉 빌 클린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2,40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로 균형 혹은 흑자재정을 달성한 적이 없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해 11월,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퇴임 후 사무실을 뉴욕 맨해튼에 두려 했으나 '정부 예산을 높은 임대료에 낭비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흑인 밀집지역 할렘으로 옮겨야 했다. 마지막 흑자 재정을 달성한 미국 대통령의 기구한 운명이었던 것이다.
사실 미국 유권자들은 재정적자나 국가부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2기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규모의 축소 및 효율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개혁을 담당할 정부효율화위원회의 공동 의장으로 임명했는데, 이 위원회는 공식 정부조직이 아닌 자문위원회에 가깝다. 한국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나 국방혁신위원회와 유사한 형태로 개혁 방안을 트럼프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머스크와 함께 또 다른 공동 의장에는 2024년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에게 맞섰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임명됐는데, 위원장에 두 명을 임명한 것 때문에 조롱을 받기도 했다.
정부효율화위가 어떤 계획으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 정부기관, 공무원 직위, 예산 감축은 오직 미 의회만의 고유권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트럼프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에는 약 100명의 직원으로 공식 출범할 태세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정부 조직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뤄진 국토안보부(2003년)와 국가정보국(2005년) 창설이 가장 최근의 조직 개편이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교육 관련 정책과 예산을 50개 주정부에 돌려주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효율화위의 주요 타깃이 교육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는 있다.
정부 개혁에서 트럼프와 머스크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밀레이 대통령이 1년 만에 2,630억 달러의 외채를 떠안고 있던 아르헨티나 경제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밀레이는 에너지와 교통 보조금을 삭감하고, 전체의 10%인 3만 명 공무원을 해고하며, 실질 임금과 연금을 동결하고, 13개 정부 부처를 폐쇄하는 긴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자연스레 고용 불안과 인구 4,6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빈곤선으로 추락하게 됐다.
그런데도 밀레이는 유권자 중 절반,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경쟁과 시장 기능의 회복으로)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며 물가상승률이 200% 이하로 줄어들었고, 정부 세수도 증가했으며, 아르헨티나의 통화 가치는 강해졌다. 이런 성과 덕분일까. 밀레이 대통령은 11월 대선 승리 이후 첫 외국 지도자로서 트럼프의 플로리다 자택을 방문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개혁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화위' 창설에 영감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의 민영화 개혁은 트럼프 정부효율화위가 참고할 만한 선택지이기는 하다. 머스크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통제를 받던 영역의 민영화 결과인 스페이스X를 통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이 위원회를 통해 정부 지출을 줄이는 성공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트럼프는 2기 행정부에서 정부 지출의 효율화와 그를 통해 약 5조 달러 규모의 감세 공약도 달성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으로 본다면 머스크가 운영하는 정부효율화위를 통해 5,000억 달러 절감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미국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정부효율화위 운영을 2026년 7월 4일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공식 파트너십에 만료 기한이 18개월가량 남았음을 뜻하는데,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꽤 긴 시간이다.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만든 국가가 40년 뒤에 태어난 아르헨티나에서 교훈을 얻는 걸 보고 놀라겠지만, 미국이 건국 300주년을 멋있게 기념하려면 재정 위기 해결은 모든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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