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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테러지원국서 쿠바 제외… 트럼프가 뒤집을 수도

입력
2025.01.15 07:13
수정
2025.01.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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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반대급부로 반정부 정치범 석방”
트럼프 1기 말 재지정… 4년 만에 철회
쿠바 환영 성명… 553명 나눠 석방키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마지막 외교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마지막 외교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하겠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퇴임(20일)이 임박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메모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쿠바 대상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방침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쿠바가 지난 6개월간 국제적 테러 행위에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쿠바 정부가 향후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반대급부는 쿠바 정부의 정치범 석방이다. 여기에는 2021년 쿠바 반(反)정부 시위자도 포함된다. 가톨릭교회는 경제 침체에 불만을 품고 쿠바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가 수감된 이들이 풀려나게 하기 위해 애써 왔다.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해당 협상의 일환이라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사전 브리핑에서 밝혔다. 쿠바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일 정오 전까지 이들을 석방할 예정이다.

쿠바로선 ‘미국의 선물’의 받은 셈이다. 테러지정국에서 최종 해제되면 무기 수출 금지 및 무역 제한이 풀리고 미국 금융 시스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쿠바에 가한 경제 압력 등도 완화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망가진 쿠바 경제에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미국에서 곧 출범하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번복될 공산이 크다고 AP통신이 전망했다. 트럼프 집권 2기 초대 국무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대(對)쿠바 제재를 지지해 왔다. 루비오 의원은 쿠바 공산주의 정권을 떠나 미국으로 온 이민자의 아들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과 이번 방침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쿠바는 환영했다. 쿠바 외교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해당 방침과 관련,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올바른 결정”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정부는 2025년 가톨릭 희년을 맞아 553명의 수감자를 단계적으로 석방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교황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82년 3월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그 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33년 만에 리스트에서 뺐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1기 임기 종료 직전인 2021년 1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넣었다. 현재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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