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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힘내세요" 2030 남성 '청년 우파' 결집 배경은

입력
2025.01.1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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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우파' 유튜브로 결집하는 2030 남성들
2010년대 후반 일베→펨코로 보수화 확산
계엄 초반 주춤했으나 다시 뭉쳐 집회 참가도
"청년남성들 탄핵 반대 이유는 이재명 저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놓인 화환에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놓인 화환에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처음에는 (탄핵 발표에)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래도 대통령께서 뭔가 건수를 잡으셨을 거라 생각했고 이후 유튜브를 보면서 확신을 가졌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달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수차례 나섰다는 직장인 남성 오모(28)씨. 그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대부분 노인일 것이라는 추정과 달리 참가자 50% 정도는 남성 청년들이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신남성연대 유튜브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수많은 청년들 보면 동질감도 들고 힘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던 2030 보수 지지층 남성들이 이제 탄핵 반대 집회 현장까지 참가하며 적극 결집하는 분위기다. 2030 남성들이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에 군인을 투입해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언제부터 보수 지지층이 됐고, 이번 탄핵 국면에서 다른 세대와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일베'에서 '펨코'로

일베 및 극우단체 회원 500여 명이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투쟁에 맞선다며 폭식 투쟁을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베 및 극우단체 회원 500여 명이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투쟁에 맞선다며 폭식 투쟁을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의 청년 남성들은 젊은 세대 특성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존재를 드러냈다. 2012년 18대 대선 전후로 '일간베스트(일베)'라는 커뮤니티가 조금씩 수면으로 떠올랐다. 보수 색채가 강한 이용자들이 모인 일베는 이후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던 일베는 결국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2030 남성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베 내 극우 이용자들에게 반감을 느끼고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부터 청년 남성의 보수화가 본격화했고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과거 일베 시절엔 보수화가 일부 극우 남성들에게만 한정됐다면, 이 시기부터는 '젠더 갈등'을 두고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우경화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 특징이다.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로 대변되는 '젊은 보수'들은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 확산에 반발하며 문 정부에 돌아섰다. 이들은 능력주의·신자유주의 성향을 기반으로 결집했고, 2022년 대선에선 20대 남성의 58.7%가 윤 대통령을 뽑는 등 새로운 보수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20대 남성의 투표율 분석 결과 범진보진영과 범보수진영의 득표율이 접전으로 나왔다. 청년 남성층에서의 보수 지지세가 약해진 것이다. 이들을 대변하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대선 승리를 이끌었는데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데다, 선거 직전 불거진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3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한국갤럽이 실시한 월별 주요 정당 지지도 설문조사에서 20대 남성의 25%는 민주당을 지지하며 국민의힘(22%)을 일시적으로 뛰어넘기도 했다.

젊은 보수 유튜버와 손잡고 거리 나온 2030 남성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청년 남성들이 민주당 손을 든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초기 같은 연령대 여성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광장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탄핵 집회 참가자 수를 서울시생활인구데이터로 추산한 결과, 20대 남성 참가자 수는 약 6,730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20대 여성 참가자 수는 3만5,926명(17.7%)을 차지해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이달부터다. 계엄 사태가 윤 대통령 체포 국면으로 접어들고 전 세대에 걸쳐 보수층이 결집하는 흐름 속에서 특히 우파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 보수 유튜버들이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유튜브 '신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는 탄핵 반대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청년층들의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탄핵 반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찬성 댓글에 '싫어요'를 누를 것을 지시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2030 청년 대상으로 오프라인 포럼과 각종 강연을 개최하는 보수 유튜버 '그라운드C' 또한 '계엄령 내린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고, 해당 영상은 17일 기준 346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에서 결집한 2030 보수층 남성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윤 대통령도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관저를 찾은 이들에게 "2030세대가 요즘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데 유튜브를 통해서 다 보고 있다"면서 "연설 내용이 굉장히 똘똘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기존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던 2030 남성들이 계엄 사태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이달 초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국면이 되며 국민의힘 지지로 다시 뭉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셋째 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5%와 19%에 불과한 반면, 1월 셋째 주에 접어들면서는 25%, 29%로 상승했다. 한 달 전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던 2030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이제 오차범위 내로 들어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이후부터 20대 여성은 진보, 20대 남성은 보수로 갈라진 경향을 고려하면, 2030 남성들의 '보수 결집'이 전체 2030 국민의힘 지지율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남성 보수들, 민주당 때문에 탄핵 반대"

유튜브 신남성연대 구독자 수 추이 그래프.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달 3일 구독자 수 약 55만 명 선에서 큰 변화가 없었으나 지난달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이달 17일 기준 79만 명에 달했다. 플레이보드 캡처

유튜브 신남성연대 구독자 수 추이 그래프.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달 3일 구독자 수 약 55만 명 선에서 큰 변화가 없었으나 지난달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이달 17일 기준 79만 명에 달했다. 플레이보드 캡처

그렇다면 젊은 남성 보수층들을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거 일베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믿는 극우 세력과 함께 집회에 나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30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탄핵 반대에 나서게 된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재명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집회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한다. 이제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국면이 함께 열리면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 비해 약자처럼 된 것"이라며 "2030 남성은 탄핵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진보·보수 구도효과가 작동해서 집회에 나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2030 남성들은 같은 나이대 여성들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면서 "이러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 '반(反)페미니즘' 노선을 내세운 국민의힘에 다시 의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030 남성과 다른 세대의 보수 집단과의 차이는 젠더에 대한 인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남성들은 동세대 여성들이 탄핵 집회에 주역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보면서 반발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현 정권의 정책을 지지했던 이들은 '여성들이 권력을 갖고 사회를 좌지우지할 것 같은 분위기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자신들도 결집해야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년 보수 유튜버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교수는 "유튜브 생태계에선 '콘텐츠가 곧 돈'이다. 기존의 고령층 중심의 보수 유튜브는 레드오션이었지만, 2030세대 보수층 남성을 타깃으로 한 유튜버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보수 유튜버와는 다른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었고, 2030 남성들이 그것에 호응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튜브 데이터 분석 서비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6일부터 12일까지 주간 한국 슈퍼챗(후원금) 상위 열 곳 중 젊은 보수층 남성을 공략한 유튜브 채널이 3곳에 달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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