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폭도로 돌변한 尹 지지자들... '아스팔트 보수'에 위협받는 민주주의

입력
2025.01.19 18:00
구독

尹, 계엄부터 구속까지 47일간 '결집 선동'
與, 사법 불복 논리 재생산... '아스팔트' 공조
"더 큰 유혈사태 우려... 주류 정치권 선 그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폭도로 돌변해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했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에 분풀이하듯 서슴없이 폭력을 자행하며 법치와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4년 전 미국 의회를 점거한 의사당 폭동 사태를 연상케 하는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선동 메시지에 더해 '아스팔트 보수'와 공조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일이다. 반대세력을 악마화한 윤 대통령의 강성 메시지에 맞춰 극렬 지지층이 행동에 나섰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더 큰 불상사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류 정치권이 사법부 판단에 불복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폭력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자정 노력이 절실할 때다.

"반국가세력과 끝까지 싸워"... 尹의 결집 선동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극단적 행동을 부추기는 듯한 메시지를 던진 건 국회 탄핵안 가결 이틀 전인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부터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며 야당을 공격했다. "망국적 국헌 문란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위기감을 부추겼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조하며 극우 지지층의 '절대 지지'를 등에 업었다.

문제의 발언은 이후 주요 국면에서 반복됐다.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이달 1일 관저 앞 시민들에게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보내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투쟁심을 고취했다. 15일 경찰 체포 직전에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사법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우리 청년들이 열정을 보여주는 걸 봤다"며 젊은 세대를 겨냥한 메시지도 던졌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 구치소 수감 후 '육필 편지'를 공개해 극우 세력을 최대한 결집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고 폭력 사용을 만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걸 바로잡겠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구속 결정에 "다른 야권 정치인들(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계엄이)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본인이 법률가인데도 헌법재판소를 존중하지 않고, 서부지법은 마음에 안 든다는 식으로 하니 추종자들도 똑같이 했다"면서 "마음에 드는 결과가 아니면 국회도 쳐들어가고, 판사도 린치하는 극단적 폭력에 의존하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평가했다.


尹 논리 동조한 與... '아스팔트'와 공조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집회에 참석해 큰절하고 있다. 전광훈TV 유튜브 캡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집회에 참석해 큰절하고 있다. 전광훈TV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 내내 윤 대통령의 사법 불복 주장에 장단 맞추며 파문을 키웠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윤 대통령 체포 직후 "체포영장을 발부해준 서부지법, 민주당과 내통한 경찰이 만든 비극의 3중주"라며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어 "단호한 결기, 하나 된 힘으로 부당함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19일 폭도 세력은 이 같은 논리를 그대로 차용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는 극우 강경세력과 손잡고 선동에 앞장섰다. 윤상현(5선·인천동미추홀을) 의원은 지난달 28일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가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막아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큰절을 올리더니 야당을 향해서는 "대한민국을 붕괴시키는 저들이야말로 내란 세력"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김민전(초선·비례) 의원은 국회로 자칭 '백골단'까지 불러들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사법부의 결정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는 등 대통령과 당의 메시지는 극우 세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완전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뒤늦게 "모든 종류의 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강성 지지층의 자제를 촉구했다. 다만 사법 불복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고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치는 등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다"(권성동 원내대표)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더 큰 유혈사태 가능성... 폭력과 선 그어야"

‘서부지법 폭력사태’ 낳은 尹과 국힘의 언행.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부지법 폭력사태’ 낳은 尹과 국힘의 언행. 그래픽=김대훈 기자

구속 상태인 윤 대통령은 향후 헌재 판단에 따라 파면돼 직을 잃을 수도 있다. 지지층이 더 격렬하게 반응할 만한 요인이다. 정치권, 특히 여당이 앞장서 폭력의 싹을 뿌리뽑지 않으면 어떤 사태로 번질지 장담할 수 없다.

최 교수는 "국민의힘이 최근 지지율이 오르니 고무돼서 더 극렬하게 나갈 수도 있는데, 극단적 행동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민주당의 책임과 바로 연결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 과도한 입법 독재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광현 기자
박준규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