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취임날 종전'은 못 지켰지만… 트럼프 취임에 '희망과 우려' 섞인 우크라

입력
2025.01.21 04:30
15면
구독

우크라, 종전협상 대비해 연일 트럼프 칭찬
거래 원하는 트럼프 위해 광물 계약도 연기
"빠른 종전 바라지만 군사 지원 멈출까 우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자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자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 집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20일(현지시간)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시점을 '취임 당일'에서 '취임 후 6개월 내'로 수정했지만 러시아와 종전협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연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구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선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감지된다.

'트럼프에 아부' 선택한 우크라 정부

미국 CNN방송은 19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새로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트럼프를 향한 아부'라는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이루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을 끝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강인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5일에는 친(親)트럼프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단순한 말치레가 아니라 나와 우리 국민은 진짜 트럼프를 믿고 기댄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거래 외교'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과 우크라이나산(産) 광물 추출·가공 관련 계약을 추진하다 두 차례나 계약 체결을 연기한 사실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정부와 계약을 성사시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임기 초반의 승리'를 안겨주려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아부가 "불가피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조안나 호사 연구원은 CNN에 "불행하게도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할 만한 여유가 없다"며 "트럼프에게 아첨하지 않으면 푸틴에게 항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과 불안 공존하는 우크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州)의 한 정교회 성당에서 주민들이 지난 19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자포리자=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州)의 한 정교회 성당에서 주민들이 지난 19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자포리자=AP 뉴시스

전쟁 후 세 번째 겨울을 맞은 우크라이나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전쟁이 끝날 것을 기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을 강요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정보장교 안드리는 NYT에 "끔찍한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트럼프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가 군사 지원을 멈추는 식으로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분단으로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출신 영어교사 발레리아는 "아버지가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도시) 크레미나에 있는데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살아 계시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작별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