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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땅은 무엇인가요?"... MZ 작가에게 물었더니

입력
2025.01.21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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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트 주제전 '땅, 소비되는 신화'
송지윤·오다교, 신작 회화 소개

송지윤 작가의 '오디세이 part1'. 서정아트 제공

송지윤 작가의 '오디세이 part1'. 서정아트 제공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땅의 이중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됐어요. 땅은 우리의 신체가 존재하는 터전에서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장소로 확장됐죠. 있으면서도 없는, 이 시대의 대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하나의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이는 갤러리 서정아트의 올해 첫 전시 '땅, 소비되는 신화(Earth, Consuming Myth)'에 참여한 송지윤(45) 작가는 '땅'을 이렇게 해석했다. '오디세이 파트 1, 2(Odyssey Part 1, 2)' '플로팅 피스(Floating Piece)' '뉴 그라운드(New Ground)' 등 회화에는 그리스 신전의 기둥 같은 건축물, 야자수, 선인장, 광석 등 익숙한 듯 이질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인간이 발 딛고 있는 장소이면서도 동시에 비물질적으로 존재하는 현대의 가상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송지윤 작가가 작품 '오디세이 파트 1, 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송지윤 작가가 작품 '오디세이 파트 1, 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전시장 초입에 나란히 걸린 '오디세이 파트 1, 2'는 과거와 미래의 땅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낡고 빛바랜 건축물 뒤편으로 지는 해 질 녘을 그린 파트 1와 동트기 직전 여명을 배경으로 말끔한 건축물을 그린 파트 2는 닮은 듯 다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회의 중간 지대에서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송 작가는 "매일 '가상 공간'에 살다시피 하면서 땅이 과거에 비해 포괄적이고 방대한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 이전되는 과도기적인 시대의 풍경이란 '모호함' 내지는 '불확실함'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의 땅이란

오다교 작가의 '리플렉티브(Reflective)'. 서정아트 제공

오다교 작가의 '리플렉티브(Reflective)'. 서정아트 제공

송 작가의 '땅'이 실제와 허구를 넘나든다면 오다교(34) 작가는 실존하는 땅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작업한 '리플렉티브(Reflective)'와 2023년작 '워킹 인 더 포레스트 II(Walking in the Forest II' 연작에서 작가는 '시간의 퇴적'을 나타내는 데 공을 들였다.

흙, 모래, 숯 등 자연 재료와 안료에 접착제와 섞고, 한 겹씩 쌓아가면서 땅의 질감과 수분을 나타냈다. 검은색과 짙은 녹색으로 비 오는 날, 아스팔트 위의 풀과 흙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작품에서는 그날의 바람과 습도가 그대로 느껴진다. 백토와 물감을 섞어 빛나는 질감을 표현한 '워킹 인 더 포레스트' 연작에선 상쾌한 숲을 걸어가는 가벼운 발걸음이 보이는 듯하다. "저에게 자연이란 관찰 대상이 아니라 자연과 상호작용하는 중에 발견하게 되는 무엇이에요. 흙 속으로 스며드는 빗물, 땅 위에 반사되는 흔적처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자연을 간직하고 싶어서 작업을 합니다." (오다교)전시는 다음 달 28일까지.

오다교 작가가 '리플렉티브' 연작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오다교 작가가 '리플렉티브' 연작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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