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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역적" 맹폭했던 그들... 8년 뒤 헌재 앞에서 열렬 응원 '돌변'

입력
2025.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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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 지지세력 운집
2016년 朴 탄핵 당시 특검 소속 尹 맹비난
"대통령 되니 좌파 악행 깨닫고 계엄" 옹호
경찰 4000명 버스 192대 헌재 철통 경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한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는 윤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국정농단 사건 특검을 이끈 '검사' 윤석열을 맹비난했던 극렬 우파 진영이 이날은 같은 장소에서 윤 대통령을 열렬히 응원하며 "탄핵 무효"를 외쳤다.

법원 난입 수모 경찰, 헌재 철통 경비

윤 대통령이 전날 출석 의사를 알리면서 이날 헌재 주변에선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헌재 정문과 좌우 옆면 이면도로에는 경찰버스 20여 대가 'ㄷ' 자 형태로 차벽을 만들었다. 이틀 전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 당시 경비에 실패했단 지적을 받은 경찰은 기동대 64개 부대(약 4,000명)와 경찰버스 192대를 투입해 헌재 침입 시도를 원천 봉쇄했다. 경찰버스 차벽이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 있는 율곡로 800m 거리(주한일본대사관~종로소방서)에 촘촘히 늘어섰고, 안국역 사거리에는 4m 높이의 초대형 폴리스라인도 설치됐다. 일부 경찰은 헬멧과 방패를 착용하고 진압복과 캡사이신 분사기까지 준비해 혹시 모를 '제2의 폭동'에 대비했다. 한 여성이 헌재 인근에서 경찰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지만 강화된 경비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출석을 3시간 앞둔 오전 11시쯤부터 지지 세력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헌재 앞 북촌로의 일반 시민 통행을 통제했다. "종로경찰서 채증 요원이 불법 행위를 기록 중"이라는 경고 방송도 연신 나왔다. 그럼에도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우린 각자 1인 시위 중"이라 주장하며 "현행범 체포할 테면 해봐"라고 고함을 쳤다. 시민들과 경찰에게 "빨갱이들" "북한으로 가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헌재와 270m 떨어진 서울노인복지센터 앞 탄핵 반대 집회(주최 측 추산 1만 명)에선 오후 1시쯤 윤 대통령을 열렬히 응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명분 실종 탄핵 무효'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연신 흔들었다. 경기 양주시에서 왔다는 김모(65)씨는 "대통령이 (헌재에서) 시원하게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말씀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 보면 극렬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2017년 1월 5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당시 이들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을 "위법 특검"이라며 맹비난했다. "노무현 정권 때 특채로 검찰에 임용됐다"는 박 전 대통령 측 거짓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 주민 황보희두(75)씨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좌파들이 대통령을 부당하게 탄핵하려 한다. 윤석열이 대통령 되기 전엔 미웠는데, 대통령이 되니 좌파의 악행을 깨닫고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변심 이유를 설명했다. 8년 전 "엉뚱한 사람들만 구속하며 대한민국을 농단하는 역적"이라며 윤석열 검사가 속했던 특검을 질타했던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도 이날은 연단에서 "윤 대통령을 지키자"고 외쳤다.

"법원 폭동 초래... '즉각 파면'" 촉구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 근처에선 이틀 전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윤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며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윤석열 측이 체포·구속영장 발부에도 탄핵심판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지난 주말 서부지법이 습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12·3 불법계엄' 선포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이날 헌법소원을 냈다. 촛불행동은 오후 7시 헌재 인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허유정 기자
문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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