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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8·22년' 중범죄자인데… 트럼프 행정부, 1·6 의사당 폭동 주범 2명 석방

입력
2025.01.22 07:55
수정
2025.01.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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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 선동한 극우단체 대표 두 명
'석방·감형' 행정명령 서명 뒤 석방
"1·6 폭동 역사적 의미 바꾸려 해"

미국 극우단체 '오스키퍼스'의 창립자인 스튜어트 로스(왼쪽)가 21일 워싱턴 인근 매릴랜드주 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오른손으로 '브이(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극우단체 '오스키퍼스'의 창립자인 스튜어트 로스(왼쪽)가 21일 워싱턴 인근 매릴랜드주 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오른손으로 '브이(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 2021년 '1·6 미 국회의사당 폭동' 가담자 1,500여 명을 사면·감형한 가운데, 이 사태를 선동한 주범 두 명이 이튿날 석방됐다. 의사당 난입을 주도해 각각 징역 22년, 18년을 선고받은 중범죄자가 정권 교체 하루 만에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사상자 약 150명이었는데...

미국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극우단체 '프라우드보이스'의 전 대표인 엔리케 타리오와 '오스키퍼스' 창립자 스튜어트 로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감형 행정명령 서명 뒤 수 시간 뒤인 오늘 오전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혐의가 비교적 가벼웠던 1·6 폭동 가담자 200여 명도 석방됐다고 AP는 전했다.

타리오와 로즈는 트럼프 대통령 극렬 지지 세력이 2020년 11월 미 대선 결과에 불복, 이듬해 1월 6일 의사당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주도자 역할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하자,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폭력 사태를 일으키도록 선동한 것이다. 이 폭동으로 '트럼프 지지자' 4명과 경찰관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140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20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20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폭동 사태에 당시 미국 사회는 경악했다. 전 사회적으로 비난이 쏟아졌고 1심 법원은 타리오와 로스에게 각각 징역 22,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연루자 1,000여 명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 사태와 관련해 '대선 뒤집기' 혐의로 잭 스미스 전 연방 특별검사에 기소됐다. 2023년 8월 스미스 전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트럼프가 폭력 사태를 예견하고도 '선거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자극했고, 이는 '반란 선동' 혐의 요건에 충족된다"고 밝혔다. 다만 '직접 개입'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 기소 혐의에서 '선동'은 제외했다는 게 스미스 전 특검의 설명이다.

"트럼프식 '대체 역사' 작성 지속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11월 대선 승리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스미스 전 특검은 기소를 취소하고 지난 11일 사임했다. 이에 더해 전날 취임식과 함께 다시 권좌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1·6 폭동 가담자들을 무더기 사면·감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석방 결정을 두고 미국 대통령 역사학자인 줄리언 젤라이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AP에 "1·6 폭동을 다시 쓰려는 트럼프 노력의 정점"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치는 헌정 질서를 짓밟은 폭동을 애국적 행위(트럼프 수호)로 치장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체 역사' 작성 과정 일환이라는 얘기다.

자신에게 충성하면 국가 질서를 무시해도 구제해 주는 '트럼프식 통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AP는 "경찰을 폭행했던 폭도들을 사면한 결정은 한때 정치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간주했던 행동을 감행하도록 부추기는 트럼프의 권력 행사 방식을 뚜렷이 보여 준다"며 "트럼프는 향후 미국 법무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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