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누구든 주변에 성소수자 있을 수 있어"... 트럼프에 당부한 미국 주교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우리나라(미국)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가족에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성전환자)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마리앤 버드 성공회 미국 워싱턴 교구 주교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기도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부하며 꺼낸 발언이다. 전날 취임 직후 미국 연방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는 등 '소수자 관용'을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용과 자비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불만을 터뜨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자신의 정책 코드와 맞지 않은 언급을 꺼낸 버드 주교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회적 온정을 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뿌리칠 것임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P에 따르면 이날 기도회는 지난 18일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 취임 관련 행사의 마지막 순서였다. 대통령 취임 행사를 기도회로 끝내는 것은 1933년부터 이어진 미국 전통이다. 다만 사회적 다양성을 감안해 해당 기도회는 '종교 초월 행사' 성격으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비를 요구한 버드 주교는 이날 행사의 설교자였다. 버드 주교는 설교에서도 "우리는 국민과 국가의 단결을 위해 모였다"며 "다양성과 분열을 초월해 공동체를 위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취임사에서 이주민과 성소수자, 외국 정부와 정치적 반대자를 겨냥해 공세를 쏟아냈던 것과는 극명히 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주민 추방이 미국 사회에 이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버드 주교는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을 나르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니거나 적절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대다수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들은 세금을 내며 좋은 이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버드 주교의 모든 발언을 폄하했다. 그는 기도회 발언 관련 견해를 묻는 질문에 "별로 재밌지 않았다. 좋은 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주민 단속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튿날부터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이날 이민자세관단속국(ICE) 요원이 교회·학교 등 '민감한 구역'에서도 이주민 단속 활동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허프먼 대행은 "범죄자들은 체포를 피하려고 미국의 학교와 교회에 더 이상 숨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