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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34명 성착취 '자칭 목사' 그놈 잡았다... 텔레그램 협조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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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100여 명을 비롯해 234명을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성착취물 등을 제작한 총책 등 범죄집단 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조직명 '자경단'으로 텔레그램에서 5년간 몰래 활동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3일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강간, 협박, 강요 등 19개 혐의로 사이버 성착취 범죄집단(자경단) 총책 A(33)씨를 17일 구속하고, 조직원 1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조직원 연령대는 10대가 11명이나 됐고, 20대와 30대가 각각 1명이었다. 경찰은 또 자경단에 포섭돼 텔레그램에서 속칭 '지인 능욕방' 참여를 조건으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허위 합성 기술) 영상물을 제작·제공한 혐의를 받는 73명 가운데 40명도 붙잡았다. 나머지 33명은 추적 중이다.
A씨는 자신을 '목사'라 칭하며 성착취 조직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겉으로 목사 행세를 한 범죄조직 우두머리 전요환(황정민 분) 캐릭터를 따라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X(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딥페이크 관련 글을 퍼나르거나 스스로 노출 사진을 올린 10대 청소년 등을 노렸다. 총 234명이 걸려들었는데, 159명(68%)은 미성년자였다. 2019년 조주빈(30) 등이 텔레그램 채팅방을 만들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충격을 줬던 '박사방' 사건 피해자 73명(미성년자 16명)의 3배 규모다.
범행 수법도 악랄했다. A씨는 딥페이크 영상물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을 텔레그램으로 유인한 뒤 프로필에 연락처를 추가하도록 유도해 SNS 주소 등 신상정보를 캐냈다. 이후 "딥페이크 범죄하려고 했다는 걸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성적 호기심을 보이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같은 수법으로 신상을 알아낸 뒤 "사진 등을 유포하겠다"고 을러댔다. 약점을 잡힌 피해자들은 꼼짝없이 A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이들 중 범행에 동조한 사람을 조직원으로 포섭, 다시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피라미드형' 방식을 썼다. 목사 A씨 아래 집사-전도사(8명)-예비전도사(5명) 등 상명하복 계급 체계를 이뤘다. A씨 말에 잘 복종하면 위 계급으로 승격하는 구조였다. 조직원 간 소통은 차단됐다. 피해자 물색, 딥페이크 제작, 활동자금 관리 등 모든 건 A씨를 거쳐야 했다. A씨가 참여한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은 453개, 직접 운영한 곳은 60개에 달했다.
A씨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철저히 지배했다. △기상 보고 △1시간마다 정기 보고 △일기·반성문 작성 및 제출 등을 요구했다. 지시를 어기면 나체 촬영이나 자해를 명령하는 등 가학적 성 착취를 일삼았다. 피해자가 거부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 미성년 여성 피해자 10명에겐 "'졸업'(지배에서 벗어난 자유)하고 싶다면 '오프남'(불상의 남성)과 성관계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런 다음 '1인 2역'으로 자신이 오프남 행세를 하며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촬영했다. 명령을 제대로 안 듣는 조직원 간 유사성행위 지시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A씨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다만 A씨는 조주빈과 달리 범행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날 A씨를 상대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신상공개 여부가 곧 결정될 예정이다.
2023년 12월 말 피해자 신고 후 전국에 유사 신고 60건이 접수된 걸 확인한 경찰은 조직 범죄라고 판단, 서울청 사이버수사과에 수사를 맡겼다. 앞서 박사방 일당을 법의 심판대에 올린 그 수사팀이었다. 수사관들은 피해자인 척 텔레그램 방에 잠입해 끈질지게 추적했고 범죄 양상이 초국가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제 공조도 펼쳤다. 압수수색 횟수만 200회 가까이 됐다.
특히, 텔레그램이 국내 최초로 수사에 협조한 게 결정적이었다. 사실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이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다. 아동 성착취물 공유방 계정 이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청해도 답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A씨 일당은 "사수과(사이버수사과) 아재들 잡을 수 있겠냐" "수사하러 헛고생하지 마라"면서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41)가 수사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뒤 태도가 달라졌다. 경찰은 같은 해 9월 텔레그램으로부터 처음으로 수사 자료를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은 텔레그램과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했다. 오규식 서울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사실이 범죄자들에게 각인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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