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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논란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추진 중단에 동물단체 "환영"

입력
2025.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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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인류 보편 가치 고려해 조사 않기로"


경북 청도군에서 열리고 있는 소싸움 대회. 청도군 제공

경북 청도군에서 열리고 있는 소싸움 대회. 청도군 제공

국가유산청소싸움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를 추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동물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동물자유연대, 녹색당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은 25일 성명을 내고 "국가유산청의 결정을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초 무형유산위원회 전통지식분과 회의를 열고 소싸움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정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종목 지정 조사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이 배경으로 "소싸움의 민속놀이로서의 가치는 일정 부분 인정되나, 인류 보편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지정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월 소싸움이 국가문화유산 신규 조사 대상 종목으로 선정됐음을 공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사 중단을 촉구하는 요구가 커지면서 절차를 보류했다. 이후 3월 소싸움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를 진행한 후 결과를 바탕으로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동물해방물결·채식평화연대 회원들과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녹색정의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12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소싸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소 인형탈을 쓴 집회 참가자에게 손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6일 '2024년도 국가무형유산 지정(인정) 조사 계획'을 공개하며 신규 종목에 소싸움을 포함했다가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반대로 검토를 보류하고 학술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동물해방물결·채식평화연대 회원들과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녹색정의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12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소싸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소 인형탈을 쓴 집회 참가자에게 손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6일 '2024년도 국가무형유산 지정(인정) 조사 계획'을 공개하며 신규 종목에 소싸움을 포함했다가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반대로 검토를 보류하고 학술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학술 조사에서는 소싸움의 국내외 전승 실태, 소싸움과 비슷한 사례 등을 검토하고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둘러싼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국행동은 국가유산청에 시민 5,500여 명의 뜻이 담긴 반대 서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국행동은 "동물을 인위적으로 싸움시키는 것을 동물학대로 규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인식이며,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행동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방법으로 동물 싸움을 금지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동물복지법 상 동물 싸움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는 형법으로 동물 싸움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동물 싸움장의 건설·제작·유지를 범죄로 규제한다. 독일에서는 동물보호법 상 동물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발해 이러한 행동이 해당 개체나 같은 종의 동물에게 고통 또는 피해를 초래하는 훈련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소싸움 후 상처를 입은 소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소싸움 후 상처를 입은 소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전국행동은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으로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소싸움은 예외 조항 때문에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가유산청의 결정으로 인해 소싸움은 우리가 전승해야 할 전통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소싸움을 지속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소싸움 대회 중단 로드맵을 마련하고, 소싸움을 동물학대 행위에서 예외로 명시한 동물보호법 개정도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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