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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화 제의에 김정은 미사일 맞대응… 북미 '기싸움' 본격화

입력
2025.0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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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5일 SLCM 발사하며 대미 초강경 대응 원칙 재확인
담화 통해 한미 연합훈련 비난… 북미대화 전제 조건 포석
"김정은, 트럼프 진의 파악… 북미, 협상 전략 눈치싸움"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인 25일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에서 참관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인 25일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에서 참관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미대화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기싸움이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하고 김 위원장을 띄워주며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아랑곳없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초강경 대응' 원칙으로 응수했다. 그렇다고 판을 걷어찬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걸며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 파악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SLCM 서해상으로 발사… "미국에는 초강경 대응이 최선"

노동신문은 26일 김 위원장 참관하에 전날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로 추정된다. "7,507~7,511초간 비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 2발 이상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는 1,500㎞로,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특히 "타원 및 '8자형 궤도'로 비행했다"며 요격 회피능력을 과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오후 4시경 북한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것을 추적·감시했다"며 "발사 징후를 사전에 인지해 대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은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담화를 통해 최근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쌍매 훈련', 우리 군의 연합 대화력전연습, 미 전략폭격기 B-1B가 참가한 한미일 연합훈련 등을 열거하며 "주권과 안전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못 박았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의 노림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올해 북미 간 눈치싸움 이어질 듯"

이처럼 표면적으론 북한이 트럼프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김 위원장이 향후 북미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노림수로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택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아닌 외무성 대외보도실장 담화를 냈다는 건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간을 보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며 "다양한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거론한 것은 북미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의제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대화 재개 조건들을 치밀하게 계산해 트럼프 발언의 진의와 대화 진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쯤 북미대화 움직임을 구체화할지가 관건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발언과 별개로 미국 정부 차원의 '위험성 평가'에서 북한 문제는 대중 전략, 러-우 전쟁, 불법 이민자 문제 등에 비해 후순위"라며 "러-우 전쟁 양상에 따른 북러관계 변화가 주요 변수가 되겠지만, 적어도 올해는 북미가 협상 전략을 짜는 눈치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023년 9월 6일 북한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2023년 9월 6일 북한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SLCM, 소형핵탄두 탑재·요격 회피 가능 "새로운 위협"

북한이 이번에 쏜 SLCM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2026년을 목표로 '국방공업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한 이후 김 위원장이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 온 전략무기다. 잠수함을 통해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고, 변칙 기동을 통해 요격을 회피할 수 있다.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면 정밀타격에 더해 파괴력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이번 시험발사는 내륙 수중 플랫폼에서 이뤄졌지만, 결국 김군옥영웅함에서 발사하기 위한 시험으로 보인다"며 "핵탑재 SLCM을 전력화한다면, 북한 잠수함의 핵공격 수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통한 대량파괴와 정밀타격(SLCM)이라는 투 트랙을 갖추는 것이어서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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