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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이재명 지우기?... '기본사회위원장'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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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준비 핵심 기구로 띄웠던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기업 주도의 성장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기본사회 공약 후퇴를 시사했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간 행보다. 기본사회는 이 대표가 내세운 핵심 정책이었던 만큼, 당 안팎에선 갈지자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설 연휴 직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기본사회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먼저 밝혔다. 이 대표는 "불법 계엄과 탄핵 국면으로 민생 경제 펀더멘털이 다 무너진 상황에서 기본사회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을 토로하며, 성장 우선주의 경제 정책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정책 전환의 의지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상징적 조치로 자신이 맡고 있는 기본사회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 참석자는 "최고위원 한 명 정도가 이견을 표명했지만, 이 대표가 오래 고민한 게 보여 다들 말리지 않았다. 사퇴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장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기본사회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본사회는 정치인 이재명을 존재하게 한 불가분의 관계였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청년기본소득'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대선 때는 기본 소득·금융·주택으로까지 발전시키며 기본소득을 대선 어젠다로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8월엔 당대표 연임과 함께 '기본사회'를 아예 강령에 못 박았고, 비상설 특별위원회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해서 본인이 직접 위원장까지 맡으며 살뜰히 챙겼다.
그랬던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돌연 기본사회 지우기에 나선 건,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부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민생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비상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성장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배경이다. 민주당 정책 핵심 관계자는 "진보와 보수 누가 집권하든 텅텅 비어버린 나라 곳간을 채워 넣는 게 5년 내내 가장 큰 숙제가 될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이 대표는 선(先)성장 후(後)분배로 빠르게 기조를 전환하고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전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민주당 집권 청사진을 그리는 집권플랜본부 역시 '유니콘 기업 성장·발굴' 등을 핵심으로 하는 K성장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 역시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60일 안에 결론이 나는데, 기본사회는 개념이 복잡해 지난 대선처럼 설명이나 해명만 하다가 선거가 끝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우클릭 급변침에 진보 진영은 물론 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철회·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 등 '흑묘백묘'로 대표되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이 자칫 기회주의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이름을 가리고 지난 기자간담회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며 전통적 진보 진영의 반발을 우려했다. 당내에선 "지난해 바꾼 강령의 잉크도 안 말랐다" 등 말 바꾸기 논란을 의식한 비판도 나온다. 다만 지도부 관계자는 "무조건 특정 정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수권 정당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책을 구사하는 게 진정한 실용주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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