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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 쏘아 올린 변화 신호탄, 이번엔 축구협회?

입력
2025.01.3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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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시작은 유승민 당선 이변
이제 관심은 축구협회 선거로
젊은 축구인 출마해야 변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당선된 유승민 후보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당선된 유승민 후보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제 부상은 심각했고, 그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실망했다."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믹스트존에서 울분을 터트렸다. 믹스트존은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눈물 등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곳이지만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큰 성과를 달성한 선수가 울분을 먼저 터트리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한마디가 한국 체육계에 얼마나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당시는 예상하지 못했다.

올겨울, 한국 체육계는 선거가 한창이다. 하계 올림픽이 열린 해 12월부터 다음 해 2월 사이 한국 체육계는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82개 경기단체 회장 선거를 치른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열린 올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4년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회장이 되다 보니 그동안 체육계 회장 선거는 국민의 관심 밖이었다. 올겨울은 다르다. 안세영이 쏘아 올린 한마디의 파장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은 배드민턴협회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국민은 체육계에 대한 개혁을 강하게 요구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등에서도 체육계가 부당한 관행, 조직 사유화 등으로 인해 시대에 동떨어진 조직이 됐다고 질타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그 기류는 결과로 나타났다. 변화의 시작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였다. '아테네 영웅'으로 불리는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이 지난 14일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현 회장을 밀어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변’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가 있다. ‘지정선거인’ 제도와 5명 후보의 단일화 무산 등이 이 회장 우세의 근거였다. 그러나 체육인의 선택은 유승민이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 대상이었던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관왕인 김동문 원광대 교수에게 완패했다. 김 회장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하며 회장 선거에 나섰지만 변화를 원하는 대의원들의 외면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법원이 지난 7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해 이날 예정되었던 회장 선거는 잠정 연기됐다. 뉴스1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법원이 지난 7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해 이날 예정되었던 회장 선거는 잠정 연기됐다. 뉴스1

이제 자연스레 축구계로 시선이 옮겨진다. ‘체육계 구태’로 지목되던 이기흥·김택규 회장에 대한 표심이 드러난 만큼 또 다른 ‘구태’로 지목되는 정몽규 현 축구협회장 역시 4선 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정 회장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중 가장 핵심은 독단과 무원칙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지난 8일 예정됐지만 허정무 후보가 선거 불공정성을 화두로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선거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후보자 등록부터 다시 가능해진 만큼 관심은 젊고 참신한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느냐다. 축구계에서는 유승민 당선자의 이변에 자극 받은 젊은 축구인이 등판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지성·이영표·이동국 등 한국 축구 레전드는 그동안 축구협회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해왔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 구자철은 “이대로 가면 미래는 없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이뤄진다. 축구협회에는 행동하는 젊은 축구인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 레전드라면 미래가 없어질 수도 있는 한국 축구를 위해 탄식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달라. 그래야 한국 축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

김기중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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