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가 국가기관 장악? 나라 벼랑”...이재명 때리기 수위 끌어올린 국민의힘

“문형배·정계선·이미선 공정성 문제” 헌재 흔들기도
권성동, "인간적인 도리로 윤 대통령 면회"
민생·경제 챙기기 행보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입법 독재를 서슴지 않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에 단호하게 맞서 싸우면서 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

국민의힘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재명 때리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탄핵소추 국면에서 수세에 몰렸던 이전과 한껏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포비아’ ‘윤석열 동정론’이 감지되면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깔렸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법적 비상계엄 사태를 단행한 윤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이 늦어질수록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야당이 이재명의 범죄 덮기 위해 국정 마비 초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설 민심과 관련해 “국정을 마비시켜온 이재명 세력이 국가기관을 장악하게 되면 끝없는 정치보복과 극심한 국론분열로 나라가 벼랑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말씀이 계셨다”고 했다. “국민들은 입법부가 과거와 달리 이 대표 개인의 범죄를 덮기 위해 이렇게 국정 마비를 초래한 적이 있었는지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도 했다. 보수 재집권으로 '슈퍼 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를 견제하자는 것이다.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흔들기’에도 화력을 집중했다. 특히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대표와 친분이 있고, 이미선 재판관 동생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정계선 재판관 남편은 탄핵 소추 대리인단의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한 재판관들이 탄핵 심판을 했을 경우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느냐’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이분들이 스스로 재판 회피 신청을 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연시켜 조기 대선을 늦추겠다는 것인데,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면회'로 동정 여론 자극

여당은 또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층의 동정 여론을 자극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도리로서 제가 기회가 되면 면회를 가겠다”고 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도 면회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줄접견이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윤 대통령이 구속기소가 돼 특검을 발족해도 수사할 대상이 없다”면서 ‘내란 특검법’ 거부 입장도 못 박았다.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민생·경제 행보에도 나선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4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도 개최한다. 비상계엄으로 민생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만큼 각 부처와 함께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은 반도체특별법·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사선폐기물특별법·해상풍력법 등을 ‘국가 미래 먹거리 4법’으로 규정하고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당의 강경일변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윤석열계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정당이라면 (인간적 의리를 내세우는) 조폭 조직과는 달라야 한다”며 “아무리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하지만 ‘계엄 옹호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혀 민심에 맞지 않는 모습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