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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울리는 우원식의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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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근태(GT)계는 더불어민주당 유일 계파다. 1993년 김근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재야 민주 인사들이 뭉친 것을 시작으로 민주평화국민연대로 발전했다. 긴 세월 민주당 주류였던 동교동계는 2002년 대선 이후 명맥이 끊겼다. 친노무현계, 친문재인계, 친이재명계 등도 흔히 언급되지만 아직은 정치적 이합집산에 가깝다.
□ GT계는 스스로를 정파로 부른다. 특정 인물에 줄 선 집단이 아니라,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 결사체라는 뜻에서다. 경제적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 보호, 평화·통일 등이 중요 정책 목표다. 헌신적 노력과 실천을 강조한다. 이른바 ‘김근태 정신’이다. 2013년 을지로위원회를 만든 이후 갑을 관계 해소, 노동자 권익 향상 등에 주력했다. 남양유업 갑질 사태, 대학 청소노동자 편법 고용 문제 해결 등 정치적 성과를 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은 GT계를 대표하는 현역 정치인이다. 12·3 내란 사태 때 국회 담장을 넘어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이끌었다. 김 전 의원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의사봉을 잡아 화제가 됐다. ‘겉부속강’(겉으로는 부드럽고 속은 강한)이라는 우 의장은 을지로위 초대 위원장일 때 단식 투쟁까지 하며 남양유업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는 등 강단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그런 우 의장이 있는 국회의 갑질로 ‘을’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2009년 국회방송에 입사해 10년 넘게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한 채 일하다 2022년 9월 프리랜서 계약만료 형식으로 해고된 작가들이다. 2년여 법정 다툼 끝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해 12월 행정법원까지 잇따라 부당 해고로 복직을 결정했지만,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싸움에 다시 내몰렸다. 판결문 수취조차 하지 않던 국회가 지난달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항소장을 낸 것이다. 이행강제금이 1억 원 가까이 쌓였고, 소송비도 들 테지만 어차피 혈세로 지불할 테니 국회는 잃을 게 없다는 투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던 우 의장의 김근태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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