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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현장 간 日 피아니스트 "완전히 다른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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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마스트 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 노토 사람들에게 힘이 될 무언가를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곧바로 승낙했어요.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는 가능하다면 이어갈 계획입니다."
다중위기의 시대, 재난 상황에서 문화예술 활동은 연기되고 취소돼야만 할까.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적극적으로 재난 현장을 찾는 음악가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시도한다.
23일 첫 내한 리사이틀(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여는 일본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26)는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54)와 지난해 11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무료 음악회를 열었다. 노토반도는 지난해 1월 1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후지타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평소 공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며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관객도 있었고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사회에서 여는 공연이었다"고 노토반도 연주회를 돌아봤다.
최근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한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는 "매달 6,000자 내외로 공연과 일에 대해 쓴다"며 "연주의 한 구절, 선율의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고 글로 번역해내는 작업이 스스로에게 음악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마스트 미디어 제공
2017년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준우승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후지타는 2021년 일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소니 클래식 레이블과 독점 계약했다. 한국 관객과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와 2023년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 내한 연주회의 협연자로 만났다. 후지타는 "그 많은 훌륭한 한국 음악가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성장했고 한국의 교육은 어땠는지 항상 궁금했다"며 리사이틀로는 첫 내한 무대인 이번 공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마스트 미디어 제공
후지타는 스크랴빈의 24개 전주곡과 환상곡, 쇼팽의 24개 전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이번 연주는 두 작곡가의 작품이 주는 음색, 화성, 곡의 전개 방식 등 다양한 측면을 비교해 들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1830년대에 작곡한 쇼팽과 1890년대에 작곡한 스크랴빈의 작품은 음악사적으로도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낭만주의 시대 50~60년 사이에 화성과 음악적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고 스크랴빈은 쇼팽을 존경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쇼팽은 그가 각별한 관심을 표한 한국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음반과 실연으로 선보이며 음악팬의 큰 호응을 얻은 레퍼토리다. "쇼팽이 악보에 남긴 그대로를 연주하려 노력한다"는 후지타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조성진을 비롯해 정말 다양하고 멋진 쇼팽 해석들이 있지만 나는 분명 그들과는 또 다른 쇼팽을 연주한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주자마다 각기 다른 생각과 해석이 존재하는 만큼 한국 음악팬이 내가 음악을 듣고 느끼는 방식을 그저 즐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2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데뷔 음반을 내놓은 후지타는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의 명성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중이다. 2021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18곡을 연주했다. 그는 "요즘 반 이상의 협연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며 "모차르트가 무려 27개의 협주곡을 남겨 계속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으니 모차르트를 내 특징적 작곡가로 삼은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고토 미도리와 후지타 마오가 지난해 11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무료 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후지타가 이 리허설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했다.
구스타보 두다멜. 마스트 미디어 제공
후지타에게 노토반도 공연을 제안한 일본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는 1992년부터 '미도리와 친구들'이라는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대형 재난이 잦아지면서 후지타와 미도리뿐 아니라 명망 있는 음악가들이 잇따라 재난 발생 지역을 찾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내년부터 뉴욕필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오케스트라 데 라 코무니타트 발렌시아나가 연주하는 자선 연주회를 이끈다. 지난해 10월 말 발생한 이 지역 대홍수 피해 구호 기금 조성을 위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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