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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성장 위한 과감한 도전"... 새 뮤지컬 스타 김준현·김민석이 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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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에 출연하는 김준현(왼쪽). 뮤지컬 '베르테르'에 출연하는 김민석. 극단 오징어·CJ ENM 제공
뮤지컬은 한때 진입 장벽 높은 고급 예술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관객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인 대중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 확대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스타 캐스팅. 최근 뮤지컬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새로운 캐스팅의 주인공인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의 개그맨 김준현(45), '베르테르'의 가수 김민석(34)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에서 홍진수 역을 맡은 개그맨 김준현이 연습실에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극단 오징어 제공
"아뿔싸, 제가 뮤지컬에 춤이 있다는 걸 간과했지 뭡니까(웃음). 그래도 (뮤지컬 출연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에서 설렘이 묻어났다. 방송 데뷔 18년 만에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개그맨 김준현은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공개 코미디 출연 기회가 좀처럼 없어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말했다. 김준현은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의 120석 규모 소극장에서 6일 개막하는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에서 장남 홍진수를 연기한다. 치매를 앓는 70세 주인공 고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창작 초연작이다. 김준현은 "KBS '불후의 명곡' 진행자로 뮤지컬 배우들의 경연을 보면서 늘 그런 무대를 동경해 왔다"며 "재미있는 캐릭터가 아닌 진지한 역할을 맡아 더 벅차고 짜릿하다"고 말했다.
김준현은 유행어 '고뤠?'로 코미디계 대세였던 10여 년 전 '헤어스프레이'의 엄마 에드나 역 등 여러 뮤지컬과 연극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 그는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개그콘서트' 출연 등으로 연습에 성실히 임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거절하면 다시는 불러 주지 않을까 봐 정중히 고사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미영 극단 오징어 대표의 출연 제안은 그런 그의 "내면의 갈증을 건드려 줬다". "섬세하고 배려심 깊은 (오 대표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덜컥 움직였다"고도 했다.
김준현은 대표적인 '먹방(먹는 방송)' 연예인으로 꼽히지만 가수와 아나운서를 꿈꿨던 재주꾼이다. 기타리스트로 밴드 활동을 했고, 대학가요제에 참가했다. 그는 "한때 먹방으로만 기억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우물쭈물하다가는 하고 싶은 것을 못 이룰 듯해 기회가 되는 대로 하나씩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고 강조했다.
개그맨 김준현(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착하고 따뜻한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를 연습하면서 많이 울었다"며 "휴머니즘으로 정화되고 해소되는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 오징어 제공
김준현은 재작년 촬영차 찾은 미국 뉴욕에서 뮤지컬 '알라딘'을 관람했다. 그는 '알라딘'의 램프의 요정 지니 역을 "지금은 넘볼 수 없는 벽이지만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현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설정인 이 역할에 대해 "몸매는 이미 준비돼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현재 '알라딘' 한국 공연에서 지니를 연기하는 배우 정성화를 롤 모델로 꼽기도 했다. "제가 부딪쳐 보니 개그맨 출신으로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겠다 싶었어요. 혼자 힘들고 외롭기도 하고,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겠죠. 평소 연락하고 지내던 사이가 아닌데, 낮술을 마시고 전화해 '형, 멋있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김준현은 "공연에서는 진수라는 캐릭터로만 보이도록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며 "관객이 '어? 김준현인데?'라고 했다가 극이 끝날 즈음에야 '아, 그렇지 김준현이었지'라고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민석은 "(가수 활동 중) 2년 정도 멈춰 있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뮤지컬을 만났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김민석은 "(가수 활동 중) 2년 정도 멈춰 있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뮤지컬을 만났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뮤지컬 출연이 오랜 꿈이었던 김준현과 달리 2인조 남성 그룹 멜로망스의 보컬인 김민석에게 뮤지컬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노래와 작곡, 작사 등 '재능과 성과가 확실한 것만 선택'해 왔다. 그러다 '편한 쪽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들 즈음 뮤지컬 출연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하게 된 배경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에스앤코 제공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석은 "이대로 내 영혼이 병들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던 찰나에 감사하게도 뮤지컬을 하게 됐다"며 "매너리즘과 뮤지컬 도전 시기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분야(뮤지컬)에 도전하니 다른 한편(가수 활동)에도 활력이 생겼다"며 "자연스럽게 매너리즘에서도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첫 작품인 '하데스타운'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받은 그는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베르테르'에 출연 중이다. 독일 대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김민석은 약혼자가 있는 여성 롯데에게 첫눈에 반하는 감수성 예민한 청년 베르테르를 맡았다.
뮤지컬 '베르테르'. CJ ENM 제공
첫 작품인 '하데스타운'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었지만 '베르테르'는 대사 비중이 높다. 평소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 않은 그에게 대사 연기는 공부하듯 준비해야 하는 큰 과제다. 김민석은 "베르테르의 순수함을 강조하고 감정적으로 유약해 이상 행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표현해 그의 사랑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로 꽤 오래 활동했지만 배우로 선 무대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김민석은 "가수로서는 나를 좋아해주는 이들과 만나는 반가움이 주된 감정"이라며 "배우로서는 한 팀으로 호흡하면서 매일 다른 무대를 만드는 데서 오는 긴장감과 끝난 후의 후련함이 주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비극적 사랑 연기를 두 편 연이어 하고 있는 그가 더 도전해 보고 싶은 뮤지컬은 '웃는 남자' '모차르트!' '킹키부츠' 등이다.
"첫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았으니 뮤지컬 배우로서 첫 단추를 과분하지만 멋지게 끼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 사랑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음 작품들도 열심히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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