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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총 다섯 배" 자신했던 尹 정부..."로또 확률 속 정무적 개입 죄송" 사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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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정부가 국민들을 향해 산유국의 꿈을 키우게 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가스전 개발)'의 유망 구조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추 결과 이곳의 가스 포화도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타나 생산은 물론 추가 시추마저도 소용없는 수준이었다.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매장 가능성만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천문학적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등 정권의 성과로 내세우려다 되레 화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2024년 12월 9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고래 조형물 뒤로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 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다. 부산=뉴스1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왕고래 유망 구조 시추 결과 물리 검층·이수 검층에서 가스의 징후가 나왔지만 경제성이 확보될 수준에 못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왕고래 유망 구조는 동해 심해 가스전 7개 유망 구조 중 하나로 2024년 12월 20일 첫 시추에 나서 4일 마쳤다. 정부는 미국 액트지오(Act-Geo)사 분석에 따라 7개 유망 구조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탐사 자원량이 묻혀있을 거라 예측했다.
당초 정부는 5월쯤 중간 결과를 발표하려 했는데 채취한 시료가 분석업체로 넘어가기도 전에 결론을 냈다. 이는 1차 시추에서 파악한 내용이 너무 뚜렷해서다.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해당 지역 퇴적층을 1,761m 정도 팠는데 이때 해당 유망 구조에서는 주변보다 높은 가스 포화도가 확인됐다. 하지만 석유·가스를 생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고 산업부는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 시추나 평가 시추 등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적 실망감과 비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겠다는 선택으로도 해석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처음부터 20%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기대감은 훨씬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브리핑에 나서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가스전의 경제적 가치를 "삼성전자 시총의 다섯 배"라고 하는 등 분위기를 한껏 띄웠기 때문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첫 (심해 시추) 시도에서 성공하는 건 로또 확률이라 부담을 안고 있었다"며 "생각지 못했던 정무적 개입, (경제적 가치에 대한) 비유가 정치권에서 정무적으로 활용돼 논란이 되는 등 의도치 않았지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포항남·울릉 시도의원협의회가 5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추가 반영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하고 있다. 포항=뉴스1
정부는 하지만 동해 심해 가스전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시추를 통해 확인된 석유 시스템 구조가 비교적 양호해서다. 이 구조는 △석유·가스를 생성하는 근원암 △석유·가스가 묻히는 저류층 △저류층을 덮어 석유·가스를 보존하는 덮개암 △이 세 가지로 구성된 트랩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시추를 통해 당초 예상보다 저류층의 두께가 두껍고 구멍이 많았으며 덮개암도 두터웠다"며 "전반적으로 석유 구조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 퇴적층을 공유하는 다른 유망 구조에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2021년 12월 생산을 종료한) 울산 앞바다의 동해 가스전을 비롯해 남미 가이아나·북해 석유가스전에서도 여러 차례의 탐사·시추 끝에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대왕고래에서 얻은 시료에 대한 분석도 이어간다. 여기서 나온 가스의 유래를 확인해야 해서다. 만일 이 가스가 근원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근원암 자체의 가스 생성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망 구조 시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부는 이 시료를 전문 분석업체 '코어랩'과 계약을 마무리 짓는 대로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른 유망 구조에 대한 시추 가능 여부는 전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에 달려있다. 현 정부의 치적 사업으로 분류돼 국회에서 예산 대부분이 삭감된 데다 첫 시추 결과가 실망스러워서다. 유망 구조별로 광구를 나눠 자금을 끌어올 예정인데 당초 공개됐던 유망 구조 말고 최근 실시된 2차 유망성 평가 용역 결과에 따라 지점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늦어도 3월 말쯤 투자 유지 절차를 시작한다. 이미 석유개발 메이저 업체로부터 복수의 투자의향서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올해 추가 시추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2, 3차 시추를)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조건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주요 기업이 내린 평가가 구체적으로 입증되면 언론과 국민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포항 시민들은 정부 발표에 허탈해 하면서도 포기하긴 이르다는 분위기다. 김영헌(포항 구룡포읍·동해·장기·호미곶면) 포항시의원은 “당초 정부 발표 때도 성공 확률을 20%로 예측하지 않았느냐”며 “총 7개 공구 가운데 이제 겨우 한 곳을 시추했는데 실패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사전 물리탐사 과정 때보다 석유 시스템 구조 자체가 양호했다고 한다”며 “조금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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