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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재정 괜찮다더니…내부에선 "재무지표 지속 악화 전망"

입력
2025.0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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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장기 재무계획 수립 착수
정부 정책 따라 투자 늘렸는데
"계약 해지·대금 회수 지연" 우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외적으로 공공사업에 차질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재정난을 우려한 것이다.

LH가 4일 입찰을 마감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용역의 과업지시서'를 살펴보면, 재정 악화 우려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LH는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더 중요해졌다”며 "중장기관리계획 수립을 앞당기고 재무 안정화 방안을 발굴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대내외 환경이 모두 녹록지 않다는 것이 과업지시서의 핵심이다.

대외적 불안 요소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건설 원가 상승을 가장 먼저 꼽았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건자재도 원료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료 가격이 떨어져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도 고민이다.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이 대표적이다.

대내적으로는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가 부담이다. LH의 벌이보다 씀씀이가 훨씬 큰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통상 경기가 좋을 때 땅을 사들이고 불경기에는 사업을 중단한다. 건설사가 토지 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기도 한다. LH는 불경기에도 주택공급의 첨병 역할을 한다. LH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인) 1·10대책, 8·8대책 등 정부 부동산투자 급증과 해약 증가 등 대금 회수 지연에 따른 자금 수지 불균형 심화로 재무지표가 지속 악화할 전망”이라고 적시했다.

이 같은 LH 내부 전망은 “재정에 문제가 없다”던 기존 입장과 어긋난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가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에 연연하지 않고 공적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LH의 입장을 인정했다”며 “이에 따라 걸림돌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진현환 1차관이 언론에 출연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LH로 통합된 2009년에는 부채비율이 525%였다”며 현재 부채 비율(218%)은 적은 수준이라고 지원 사격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H와 국토부가 ‘앞뒤 안 맞는 이야기를 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애초에 정부가 공기업에 매년 중장기 재무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이유가 부채 비율이 과도했기 때문인데 이제 와 문제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비핵심 자산을 많이 매각한 만큼, 앞으로 재정이 악화했을 때 자구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을 확대할 때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나중에 토지 매각이 더디거나 부채 축소가 어려울 때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LH 스스로도 자구책을 찾는 상황이다. LH는 지난해 연말 ‘경영평가 조치 계획’에서 "연도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당기순이익 전망치와 실적의 차이가 크다"며 “향후 재무계획의 신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집단에너지시설 매각은 유찰된 반면, 사업조정 실적은 목표를 초과 달성한 만큼 “계획 수립단계에서 재정 건전화 계획의 실효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대책도 제시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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