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지구를 왜 돈 주고 사나, 그냥 가지면 되는데”

요르단 국왕 만나 인수 구상 재확인
압둘라 “가자 어린이 2000명 받겠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 시작 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은 가자지구를 매입하지 않고 소유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기 직전 기자들을 갑자기 불렀다. ‘세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이 확인했는데 무슨 돈으로 가자지구를 살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것을 갖는 데 어떤 권한을 쓸 것이냐’는 질문에는 “미국의 권한”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선의를 강조했다. 그는 “그곳은 가자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이라며 가자지구 개발을 통해 중동 지역에 평화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일주일 전 자신이 공개한 ‘가자지구 미국 인수·개발 구상’(가자 구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200만 명 규모의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집트·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지구를 인수해 해양 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10일 방송된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가자 밖에 아름다운 공동체들(거주 지역)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현실적인(improbable) 제안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류 언론의 평가다.

구상이 공개되자마자 이집트·요르단은 가자지구 주민 수용을 거부했다. 그러나 양국은 미국으로부터 매년 2조 원대 원조를 받는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이집트의 계획도 고려해 한다는 식으로 확답을 피하며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 아이 2,000명을 최대한 빨리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제스처”라고 화답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