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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유출 피해 수조 원인데 7년형...솜방망이 처벌 아닌가

입력
2025.02.21 00:10
27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삼성전사 서초 사옥 앞에 삼성 깃발과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지난달 서울 서초구 삼성전사 서초 사옥 앞에 삼성 깃발과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넘겨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삼성전자 부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이 2016년 중국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TM)로 이직할 때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유출한 걸 유죄로 판단했다.

그동안 기술 유출 사범들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판결은 다소 진전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사건이 가져온 최소 수조 원 규모의 피해와 파장을 감안하면 오히려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잖다. 우선 삼성전자가 18나노 D램을 개발하는 데 든 비용은 1조 원 이상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창신메모리가 이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어 판 만큼 삼성전자는 매출 손해도 봤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연간 4조~10조 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다른 혐의까지 합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통상 구형보다 낮은 게 선고 형량이라 해도 피해액을 감안하면 처벌이 가벼워 보인다. 미국도 기술 침해 범죄는 피해액에 따라 형량을 정한다.

국가경제와 일벌백계 차원에서 보면 아쉬움은 더 크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는 이러한 기술로 어느새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은 4위에 오르며 점유율을 5%까지 늘렸다.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사건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이 커지며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새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김 전 부장이 지난해 1월 기소된 걸 감안해도 새 양형 기준의 취지는 물론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 볼 수 없다. 지금도 각국의 명운을 건 기술 전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9월 적발된 산업 기술 해외 유출만 19건에 달했다. 더 이상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곤란하다. 정확한 피해액 산정과 이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위협받는 경제 안보를 그나마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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