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윤동주 뜻, 많은 일본인이 알도록"… 일본 도쿄에 윤동주 기념비 생긴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니시하라 렌타 일본 릿쿄대 총장이 23일 도쿄 본교에서 열린 '윤동주와 함께 2025' 행사에 참석해 학사모를 쓴 윤동주 사인의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띄운 채 강연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1942년 4월부터 6개월간 릿쿄대에 재학했다. 도쿄=류호 특파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저항 시인으로 활동했던 윤동주(1917~1945)의 뜻을 알리는 기념비가 일본 수도 도쿄에도 세워진다. 윤동주 시인이 재학했던 릿쿄대가 윤동주 시인 80주기인 올해 가을쯤 교내에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은 23일 도쿄 캠퍼스에서 열린 '윤동주와 함께 2025' 행사를 통해 "릿쿄대(이사회)가 지난해 윤동주 기념비 설치를 의결했다"며 "가을쯤 교내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윤동주 시인의 절친이었던 고(故) 문익환 목사의 셋째 아들이자 배우인 문성근씨,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한국인과 일본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미션스쿨(기독교 계열 학교)인 릿쿄대는 윤동주 시인이 6개월간 다녔던 학교다. 1938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릿쿄대에 1942년 4월에 입학했다. 그해 10월 교토 도시샤대 편입 전까지 릿쿄대 영문학과에서 공부했고, 재학 중 '쉽게 씌어진 시'를 쓰기도 했다. 릿쿄대 학적부에는 '1942년 4월~12월 19일 재학'으로 기록돼 있다.
윤동주 시인 80주기 추도식 '윤동주와 함께 2025'에 참석한 한국인, 일본인들이 23일 일본 도쿄 릿쿄대 예배당에서 윤 시인의 대표작 '서시'를 함께 낭독하고 있다. 도쿄=류호 특파원
릿쿄대의 '윤동주 기념비 설치' 결정은 올해가 일제 탄압과 폭력 속에서도 문학으로 저항 의지를 전파하려 했던 윤동주 시인의 뜻을 알리기에 의미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2025년은 윤동주 시인이 옥사한 지 80년이 되는 해이자,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년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기도 하다.
윤동주 시인은 1943년 7월 항일 독립운동 관여 혐의로 체포됐고,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교도소에서 28세 나이로 요절했다. 6개월 뒤 찾아 올 광복도 보지 못했다. 니시하라 총장은 "한국인 유학생은 물론, 일본인 학생과 세계 여러 나라 출신 학생이 윤동주의 역사를 공부하길 바란다"며 "기념비는 학생들이 윤동주를 공부할 소중한 교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릿쿄대 기념비는 도쿄의 첫 번째 '윤동주 기념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토에는 그가 다닌 도시샤대 교내에 설치된 시비를 비롯해 여러 기념비가 있으나, 도쿄에는 아직 없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의 유시경 공동대표(신부)는 "도쿄에도 드디어 윤동주 기념비가 생기게 됐다. 릿쿄대가 그 첫 번째"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히데키 릿쿄대 신부는 이날 추모 예배에서 "윤동주는 일본의 폭력으로 모국 언어를 쓰지 못하는 절망 속에서도 한글로 계속 시를 썼다"며 "일본이 윤동주에게 가한 폭력을 생각하면 (그 죄는)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윤동주의 뜻을 따르고 싶다"고 밝혔다.
윤동주 시인의 절친이었던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 배우 문성근(맨 오른쪽)씨가 23일 일본 도쿄 릿쿄대 예배당에서 문 목사가 윤동주를 위해 쓴 시 '동주야'를 낭독하고 있다. 문씨 왼쪽은 '동주야'를 일본어로 번역한 우에노 준 교토예술대 교수의 아들인 우에노 유타. 도쿄=류호 특파원
이날 행사에선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 '서시'를 비롯해 그가 남긴 시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각각 낭독됐다. 니시하라 총장은 특별강연에서 "'서시'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이라는 시구는 부끄러움이 없는 양심적인 삶을 의미한다"며 "모든 릿쿄대 학생이 선배의 혼이 담긴 시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도시샤대는 지난 16일 윤동주 시인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도시샤대가 고인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한 건 1875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