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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태균, 김진태 공천 밀어주고 '지사 보좌역' 알선 시도 정황

입력
2025.02.27 10:00
수정
2025.03.04 09: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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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보고서]
<3> 명태균에 얽힌 정치인들
김진태 유리 여조 尹 부부·이준석에 전달
위기 때도 가교 정황… 주변에 역할 과시
중앙 정치권 끈 절박한 사람들 明에 기대
'도움 못 받아' 주장도… 사안별 검증 필요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해 11월 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2회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및 2024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해 11월 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2회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및 2024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①김진태 강원지사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과 가교 역할을 하고 ②김 지사 측에 부탁해 함께 일하도록 소개해 줄 수 있다고 주변에 이야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천에 도움을 준 뒤 대가를 취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여론조사와 공천을 거론하며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정계 입문이나 일자리를 바라는 지역 인사들에게 중앙 정치인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은 명씨 관련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컷오프 위기에 가교 정황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2022년 4월 13일 김 지사(당시 강원지사 예비후보)로부터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 기사 링크를 받은 뒤 "(윤석열) 당선인, 사모님(김건희 여사),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보내드렸다"고 김 지사에게 답했다. 김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접전을 벌인 반면, 경쟁자였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6.7%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윤 대통령 부부와 이 전 대표에게 김 지사를 추켜세워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저녁 대화를 보면 의심은 더 짙어진다. 명씨는 오후 5시 56분 김 지사에게 이 전 대표 측 관계자 연락처를 보냈고, 이튿날 0시 3분 김 여사 연락처도 보냈다. 당시 언론에선 황 전 수석의 전략공천을 점치는 내용이 보도됐다. 명씨가 공천 배제(컷오프)를 우려한 김 지사를 위해 김 여사 등에게 다리를 놔줬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14일 황 전 수석 단수 공천을 발표했지만, 나흘 뒤 돌연 경선을 선언했다.

명태균 "김진태 내가 살렸다"

김 지사는 '경선은 단식 농성을 통해 자력으로 얻은 것'이란 입장이다. 명씨 역시 검찰에서 "사이가 좋지 않던 윤 대통령 측과 김 지사 측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있다"면서도 "강원지사 선거엔 도움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검찰이 확보한 녹취를 살펴보면, 명씨는 당시 주변에 '김진태를 내가 살렸다'는 취지로 수차례 말했다. 명씨와 김 지사 간 대화엔 김 지사가 컷오프 불복 입장문을 명씨에게 보내는 등 명씨가 김 지사를 도우려고 모종의 역할을 했고, 김 지사 역시 이를 인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도 여럿 있다.

명씨는 주변에 자신의 역할을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씨와 자주 접촉했던 사업가 A씨에 따르면, 명씨는 수시로 주변에 '김 지사와 가까우니 보좌역 등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거나, 사업을 소개해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제안받은 이들이 거절하면서 실제 알선 행위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명씨가 일자리를 소개하고 대가를 받으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풍 여부 사안별 검증 필요

명씨가 정치인들과 어느 정도 끈끈한 관계였는지에 대해선 사안별로 검증이 필요하다. 명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보내면서 접근했다거나, 유력 정치인들에게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관련 여론조사 등으로 명씨 측과 거래했고, 이후 서울시의원에 출마했던 최모씨는 본보에 "명씨가 지역구 국회의원을 잘 알아서 도움을 요청하러 찾아갔는데, 이전에 저를 추천한 적도 있다더니 막상 내 부탁엔 아무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보니 잘 부탁한다고 문자 한 번 보낸 것만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씨는 되는 대로 말을 다 던져놓고, 그중에 하나가 걸리면 '내가 성사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정준기 기자
최동순 기자
위용성 기자
장수현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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