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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인 고혈압·당뇨, 10대에게도··· “크면서 괜찮아지겠지 넘길 문제 아냐”

입력
2025.03.03 2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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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남아 2.5배 급증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 5배 이상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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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원 일정에 쫓겨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편의점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아비만도 크게 늘고 있다. 학업‧학원 수업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 반면, 활동량과 운동 시간은 크게 줄어든 것도 소아비만을 부르는 원인이다.

3일 대한비만학회에서 발행한 ‘2023 비만 팩트시트’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2년 대비 2021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남아의 경우 약 2.5배, 여아는 약 1.4배 늘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는 “어릴 때 비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 비만인 아이는 정상 체중 아이보다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5배 이상 높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염,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비만 판단의 기본은 신장과 체중, 체질량지수(BMI) 확인이다. 대한소아과학회의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기준으로 만 2세 미만인 경우 신장별 체중이 95백분위수 이상이면 과체중에 해당한다. 신장별 체중이 작은 아이부터 순서대로 세웠을 때 95번째 이상이면 과체중이란 뜻이다. 만 2세 이상은 연령별 체질량지수(BMI)가 85~95백분위수이면 과체중, 95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BMI가 95백분위수 값의 120% 이상이면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류 교수는 “고도비만이라면 반드시 병원에서 전문적인 평가와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중요 지표는 복부둘레다. 복부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지고 혈압, 혈당, 혈중 지질 이상과 같은 문제가 동반될 가능성이 커진다. BMI가 높지 않아도 복부 지방이 많으면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복부둘레가 70백분위수 이상이면 주의, 95백분위수 이상이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이가 비만 범주에 들어갈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병원 진료를 통해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염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의 경우 이전에는 성인에게서만 주로 나타난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만 10세 이후 소아비만 환자 중에서도 이런 합병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 성장기임을 고려해 체중을 줄이기보단,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목표 체중을 정할 때도 큰 목표보단, 조금씩 꾸준히 변화를 만드는 쪽으로 가야 아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 류 교수는 “소아비만은 적정시기를 놓치면 점점 더 관리가 어려워지고, 성인 비만과 성인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크면서 괜찮아지겠지’라고 넘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건강 문제로 소아비만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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