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생사 기로에 선 홈플러스…‘깜짝’ 기업 회생으로 급한 불만 껐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뉴스1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하면서 창립 30여 년 만에 생사기로에 섰다. 홈플러스는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 회생을 선택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영업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가 살 수 있는 출구는 결국 대규모 점포 정리, 새로운 주인 찾기라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4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까지 가게 된 건 지난달 28일 국내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가 결정한 신용등급 하락이다. 두 기관은 홈플러스의 기업 어음과 단기사채 신용 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홈플러스는 투기등급(B) 바로 윗 단계인 A3-로 평가받으면서 재무적 어려움에 빠질 처지였다. 그동안 금융권에 진 빚을 당초 상환 시기보다 앞당겨 갚거나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한도 축소, 대출 금리 인상 등을 겪어야 해서다. 회사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자금 경색이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 시작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가 지닌 2조 원 규모의 금융 채권 상환이 유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일단 번 시간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회생 계획안 제출까지 걸리는 3개월 정도다. 이 계획안에는 빚 상환 방안을 포함한 정상화 대책이 담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용 등급 하락으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잠재적 자금 이슈를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9월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대구점을 내면서 대형마트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주인을 옮겼다. 2000년대 대형마트 황금기를 지나면서 몸집을 불려 한때 업계 선두 이마트를 턱밑까지 쫓기도 했다. 점포, 연 매출로 보면 롯데마트에 앞선 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 뉴시스
하지만 홈플러스가 흔들리는 조짐은 진작부터 있었다. 업계에선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사들이면서 인수 금액 7조2,000억 원 중 5조 원을 대출로 메운 게 출발점이라고 본다. 투자보다 대출 원금·이자 상환에 자금을 많이 쓰면서 홈플러스가 허약해진 게 신용 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용평가기관은 MBK가 인수하기 직전만 해도 A1으로 최고였던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을 이번까지 약 10년 동안 여섯 차례 깎았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2016~2023년 지출한 이자 비용이 3조964억 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 4,713억 원보다 2조5,000억 원 많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공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공간이 대형마트에서 이커머스로 이동하고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사와 비교해 변화에 뒤처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회계연도 기준 2021년 1,335억 원, 2022년 2,602억 원, 2023년 1,994억 원 등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봤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를 두고 자금 위기가 일어나기 전 단행한 발 빠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크게 휘청이지 않았고 이른 시간 안에 정상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는 전국 126개 매장 등 오프라인·온라인 영업을 그대로 하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당장 점포 운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홈플러스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티몬·위메프 사태처럼 대금 미정산을 우려해 거래량을 줄일 경우 소비자 발길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기업회생절차를 일으킨 신용등급 회복 역시 어려운 과제다. 신용평가기관은 이날 홈플러스의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D로 재차 내리면서 더욱 떨어뜨렸다.
홈플러스가 재무 위기를 탈출하려면 점포 정리 등 출혈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채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점포 부동산 매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은 4조7,000억 원 규모다. 아울러 인수·합병(M&A)으로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투자금 거둬들이기를 제1의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몸값은 MBK가 인수할 때보다 떨어질 전망"이라며 "국내 시장에 깊게 뿌리내린 대형마트인 만큼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