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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신규 투자에...국내 반도체 업계 예의 주시

입력
2025.03.05 0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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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국내 영향, 당장은 제한적"
장기적으론 미국 추가 투자 고심 깊어져

TSMC 투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웨이저자 TSMC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EPA 연합뉴스

TSMC 투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웨이저자 TSMC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EPA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1,000억 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미(對美)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은 TSMC 추가 투자로 인한 국내 업계 타격은 당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 내 감세정책 등이 이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TSMC의 신규 투자 결정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우선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안보 방패로 삼은 대만의 특수 상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과의 안보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대만은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미국·우크라이나 광물 협상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 직후 TSMC가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며 "TSMC의 인텔 투자설에 대만 경제부장(장관)이 '해외 합작투자 시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가 며칠 만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안보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 채찍 정책으로 미국 내 AI 생태계 구축

TSMC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TSMC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보다 직접적 배경은 미국 빅테크들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인공지능(AI) 산업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AI 관련 미국산 반도체 이용을 강조하고 있고 TSMC도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애플,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미국을 대표하는 AI·기술 혁신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 연장과 법인세 인하 추진도 신규 투자에 영향을 줬을 거란 분석도 있다. TCJA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7년 통과시킨 법으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업의 연구개발비(R&D)와 적격 시설 투자에 대해서는 100% 세액 공제한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15%로 추가 인하한다고 밝혔고 2월 26일 하원을 통과한 TCJA 연장안은 R&D 투자의 세액 공제 기간을 무기한으로 하고 다국적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저세율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미국으로 이전할 때 과세 기준을 낮췄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애플 등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발표의 배경은 법인세 인하, TCJA 연장에 대한 기대"라고 말했다. 이어 "TSMC 입장에서는 반도체 관세 인상, 스타게이트 등 미국 내 대규모 투자, 법인세 인하 등이 미국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K… 아직 '신중 모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TSMC의 추가 투자로 인한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우리 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은 빅테크 수요가 높아 관세 인상이 오히려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범용 제품의 경우 이미 미국으로 가는 중국 제품에 50% 관세를 매기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각종 대외 변수보다 고객 수주 여부가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TSMC가 미국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고객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투자 압박이 지속되고 미국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의 미국 팹 선호가 강해진다면 우리 기업들의 미국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고객도 채우기가 힘든 상황에서 '미국기업 우선'과 'TSMC 공장 신설'은 국내 업체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세 정책 등이 확정된 게 없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기업이 당장 미국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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