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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만 31번 외쳤다... 중국, 경기 둔화 인정하고 부양책 올인

입력
2025.03.05 17:58
수정
2025.03.05 18: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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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전국인민대표회의 개막>
①'5% 안팎' 경제성장 목표 3년 연속
②CPI 하향... 소비 진작 '최우선' 과제
③대규모 국채 발행, 적극적 재정정책
④미래 산업 R&D 확대... "기술 굴기"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 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제3차 개회식에 도착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 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제3차 개회식에 도착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이 대대적인 '돈 풀기'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간 중국 지도부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관련 언급을 극히 꺼려 왔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경기 둔화의 늪에 빠진 중국 경제의 현실을 인정했다.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엿보인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화두도 '내수 진작'이었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막식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5% 안팎' 국내총생산(GPD) 성장률로 제시했다. 리 총리는 "국내외 상황과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안정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질적인 내수 부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 미중 간 관세 전쟁까지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3년 연속으로 '5% 안팎' 성장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례적으로 '경기 둔화' 인정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개회식에 참석해 리창(오른쪽)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개회식에 참석해 리창(오른쪽)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2%대로 하향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다. 중국이 CPI 목표를 3% 미만으로 낮춰 잡은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업무보고 초안 작성에 참여한 천창성 국무원 연구실 부주임은 리 총리의 업무보고 직후 브리핑에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디플레이션 위험을 드물게 인정하면서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지도자들이 마침내 디플레이션 압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베이징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소비자 지출을 풀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중국 정부가 꺼낸 카드는 '국내 소비'다. 업무보고에서 '소비(消費)'가 총 31번 등장할 정도로 중국 정부가 '올인'한 화두다. 올해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볼 수 있는 10개 정부 업무과제 중 가장 첫 번째로 꼽은 것도 "소비 진작, 투자 고효율, 국내 수요 확대"였다. 지난해 업무과제에선 세 번째였던 것과 대비된다. 리 총리는 "국내 경기 회복의 기반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고, 특히 유효 수요와 소비가 부진하다"고 진단한 뒤,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를 통해서 원활한 경제 순환을 촉진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돈 풀기에도 나선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재정적자율) 목표치는 역대 최고인 4%로 확대했다. 지난해 3%에서 1%포인트 높인 수치다. 적자 규모는 5조6,600억 위안(약 1,134조 원)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이다. 또 1조3,000억 위안(약 259조5,840억 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는데, 그중 일부는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과 국유 상업은행 지원에 사용된다.

中, R&D 예산 80조 원 시대 돌입

한국의 국회 격인 중국의 정치 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한국의 국회 격인 중국의 정치 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돌풍으로 관심을 모았던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나 3,981억1,900만 위안(약 80조 원)으로 책정됐다. 중국이 성장 동력으로 꼽는 '신질생산력'(첨단기술을 통한 고품질 생산 능력)을 거듭 강조할 뿐 아니라, '체화 지능' '6G' 'AI 스마트폰과 컴퓨터' '지능형 로봇' 같은 구체적 예시도 처음 등장했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첨단기술 굴기'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을 겨냥한 대(對)미국 메시지도 발신했다. 리 총리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다자 간 무역 체제가 방해를 받으며 관세 장벽이 높아졌다"고 현 정세를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패권 정치와 강권 정치를 반대한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평화 통일 추진'이라는 문구를 뺀 채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1992년 중국과 대만이 '양안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점에 합의했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1조7,847억 위안(약 356조3,689억 원)으로, 4년 연속 7% 증가율을 유지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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