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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직원들, 극심한 소음에 3M 귀마개 지급 받고 회의실로 피신

입력
2025.03.09 0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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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탄핵 선고 앞두고
헌재 앞 탄핵 찬반 시위 극성
근처 회사, 상점도 피해 호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가 인용된 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친윤 성향 시민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가 인용된 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친윤 성향 시민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 후 탄핵 찬반 시위대가 헌법재판소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헌재 직원들이 소음 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7일 오전에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차로를 사이에 두고 정문 앞에선 탄핵 찬성, 반대편에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제각기 핸드마이크와 확성기에 연결된 메가폰을 잡고 "윤석열 파면"과 "윤석열 석방"을 외쳤다. 헌재로 사람이나 차량이 드나들 때는 양쪽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현행법상 헌재 앞 100m 이내에선 집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헌재 앞에 몰려든 이들은 1인 시위나 기자회견 형태를 띠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탄핵 찬반 시위나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기본적으로 소음 자체가 큰 편"이라면서도 "신고된 집회에 한해 소음이 측정되기 때문에 헌재 앞 시위나 기자회견 때는 측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기자회견 시 차량 등의 음향 장비 사용을 원천 차단하고, 핸드마이크도 음량을 낮추도록 권하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보당 구로구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구로주민 1203인 시국선언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보당 구로구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구로주민 1203인 시국선언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헌재 담벼락이 낮고 정문과 본관 사이 거리가 짧은 데다, 별다른 방음 시설도 없어 밖에서 조금만 소리를 크게 질러도 건물 안으로 소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점이다. 정문을 바라보는 쪽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재판관이나 연구관들은 근무 시간 내내 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헌재가 재판관과 연구관들에게 3M 고무 귀마개를 나눠주긴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소음이 너무 심할 땐 건물 뒤편에 있는 연구관 회의실로 '피신'하기도 한다. 다만 회의실에는 데스크톱 컴퓨터가 몇 대 없어 일하기가 쉽지 않다. 헌재 건물은 보안시설이라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데다 보안 처리된 노트북은 재택 근무용이라 헌재 내부에선 사용이 여의치 않다. 헌재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직원들은 선고가 끝나고 여론이 잦아들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헌재 인근 직장인들도 시위대 소음에 몸살을 앓긴 마찬가지다. 시위대가 헌재 정문을 피해 주변 회사 앞 인도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 헌재에서 250m가량 떨어진 현대건설 정문 앞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달린 트럭 앞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시위대 주변을 지나던 직장인 이모(37)씨는 "일할 때는 물론이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려 깜짝 놀라곤 한다"며 "시위대가 곳곳에 너무 많아 요즘은 식후 산책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날이 풀리면서 관광객들이 점점 많아질 시기인데, 시위대 영향으로 기대만큼 손님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의 한 상인은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 매출도 타격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8일 석방되면서 향후 헌재 주변에 더 많은 시위대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헌재 안팎을 경찰 버스로 에워싸고,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넓게 설치해 이중 삼중으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김진주 기자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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