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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성이 서학개미 탓?...ISA 국내 비중 높인다는 정부

입력
2025.03.09 16:00
수정
2025.03.09 16: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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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수급 개선 위한 추가 방안' 발표
ISA에 국내주식 의무투자 비중 확대키로
"개인 해외투자 확대로 외환시장 변동성↑"
"결국 기업 경쟁력에 투자"… 실효성 의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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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화용도 '김치본드(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 매입 제한을 해제하는 등 외환 유입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국내주식형펀드의 국내주식 의무투자 비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으로 외환 변동성이 커진다고 판단해 국내자산에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9일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과 '외환수급 개선을 위한 추가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외국환은행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 완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 확대 등에 이은 대책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지난해 1조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외건전성은 양호하지만, 외환 유출 우위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 더해 최근 개인 해외투자 확대가 새로운 유출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 유입은 한미 금리역전 지속 등 영향으로 예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학개미가 보유한 외화증권 잔액은 1,587억 달러에 달했다. 해외주식 매입을 위한 달러 수요 증가는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해외자금 국내 유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2010년 100%로 하향한 전문투자자 기업의 위험헤지비율 한도를 125%로 다시 넓힌다. 원화용도 김치본드 매입 제한도 풀어 차입한 외화를 활용한 원화 환전 소요 확대를 유도,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로 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를 통한 원화용도 외화차입도 수출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용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서학개미' 열풍에 따른 금융 자산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학개미' 열풍에 따른 금융 자산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국내자산으로의 투자도 유도한다. 투자 대상이 국내주식·국내주식형펀드로 한정된 ISA 납입·비과세한도 2배 확대를 지속 추진하되, 국내주식형펀드의 국내주식 의무투자비율을 법정 한도인 40%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국회에서 멈춘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주주환원 증가금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 증가금 저율 분리과세 등 세제지원 패키지 역시 재추진한다. 국채 투자 비거주자 확인 서류를 대폭 폐지해 외국인 투자 절차 간소화도 추진한다.

다만 투자자 시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주식에 매력을 못 느껴 해외 유망 기업을 찾는 것을 외화 변동성이 커진 원인으로 꼽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성장 가능성에 대한 판단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상황에서 ISA 국내주식 비율 상향 정책은 오히려 ISA 국내주식형펀드를 더욱 외면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 규모가 작다 보니 대책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국내에 투자자금이 들어올 만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외환이 유입되는데, 트럼프 신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인책에 맞서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라며 "정부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나름의 조치를 내놓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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