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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받을 게 뻔한데... 심우정, 즉시항고 안 하고 尹 풀어준 이유는

입력
2025.03.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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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보석·석방 불복' 검찰에 이미 위헌 결정
즉시항고도 위헌 예상돼 논란만 가중될 우려
심우정, 수사팀 이견에도 총대 메고 석방지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 뉴시스

검찰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들여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지휘한 것은 '즉시항고'라는 불복 절차를 밟더라도 위헌적 조치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대통령 수사 절차를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을 더하기보다는 법정에서 유죄 입증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 파기 사유는 물론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심우정 검찰총장은 전날 오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 수사팀이 "즉시항고를 통해 구속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급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자, 심 총장이 '지휘'를 통해 수사팀 의견을 물리치고 총대를 멨다.

석방 지휘 결정은 심 총장이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직후 소집한 대검 간부회의 등을 통해 이뤄졌다. 회의에는 심 총장과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고검장), 대검 부장(검사장) 6명이 참석했다. 한 명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회의를 주재한 심 총장과 12·3 불법계엄 사건을 지휘해온 대검 공공수사부 김태은 검사장은 특별한 의견 없이 경청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은 "헌재의 결정례를 고려할 때,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헌 논란을 만들 수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1993년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2012년에는 '법원의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모두 '구속에 대한 법원 결정의 효력을 검사 불복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구속 취소는 법원이 구속 자체의 위법성을 문제 삼는 것으로, 구속을 조건부로 일시 중단하는 보석보다 더 적극적인 결정이라서 기존 결정례의 취지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간부회의 결론이었다. 결국 즉시항고 절차로 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기존의 논란(①공수처의 체포·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구속)에 또 다른 위헌 논란(②법원 결정 불복에 따른 구속상태 유지)을 더할 뿐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반면 수사팀은 즉시항고를 통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내란죄 주범인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 공범이나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흔들릴 수 있는 데다 수감된 다른 피고인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는 만큼, 현행법상 가능한 모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검과 수사팀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심 총장이 지휘하고 수사팀이 따르는 형태로 석방지휘가 내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뿐, 고성이 오가거나 사표를 운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석방지휘 결정이 검찰 내홍으로 번지지 않은 것은 "윤 대통령 구속 여부보다 유죄 입증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수사권 문제 등 절차상 흠결을 지적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법원 결정을 수용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였다는 게 검찰 수뇌부의 시각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어떤 결정을 하든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우정 총장이 '지휘'를 통해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동순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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