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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해외 원조' 중단 부메랑 우려… "미국 내 질병 확산 가능성"

입력
2025.03.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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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대 글로벌 보건 사업 무더기 중단
개도국 방역 붕괴… 미 본토 유입 위험↑
'생물학무기 감시 체계 악화' 우려 제기도

한 아이가 지난해 8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무니기의 한 진료소에서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무니기=AP 연합뉴스

한 아이가 지난해 8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무니기의 한 진료소에서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무니기=AP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국제 원조 지출을 대량 삭감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간 미국 정부가 구축해 온 개발도상국 감염병 확산 방지 체계가 급격히 붕괴하고, 그 결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발생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개도국 방역 사업 '올스톱'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이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워싱턴 부처 건물에서 짐을 싸서 나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이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워싱턴 부처 건물에서 짐을 싸서 나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폐지 움직임과 관련한 미국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원조 사업 담당 기관인 USAID를 '돈 낭비 부처'로 낙인찍은 뒤 직원 1만 명 대부분을 사실상 해고하고 사업 5,800개도 폐기했다.

문제는 부처 해체 과정에서 약 9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보건 사업도 무더기 중단됐다는 점이다.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에볼라바이러스 △마비성 소아마비 △마버그바이러스 △라사열병 등 치명적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개도국에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게 이 사업의 역점 프로젝트였다. 관련 사업이 '올스톱'되며 글로벌 방역망에 대혼란이 발생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매년 에볼라·마버그 확진자와 마비성 소아마비 확진자가 각각 2만8,000명, 20만 명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혼란은 이미 시작됐다. 엠폭스 확산 진원지인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는 최근 확진자 최소 400명이 방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속된 내전 탓에 자체 방역 체계가 유명무실하던 민주콩고에 USAID의 지원까지 사라지며 '의료 사각지대'가 생긴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까지 선언한 엠폭스 방역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민주콩고를 비롯해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에서는 의료진 3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감염병 진단 키트 재고가 소진되기도 했다. 매년 낙타·소 등 가축 수백만 마리를 중동으로 수출하는 소말리아의 축산 검역 시스템도 마비될 위기다.

2월 미국서 엠폭스 확진 두 건 발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 같은 방역 붕괴 충격파가 결국 미국까지 때릴 수 있다는 게 NYT의 전망이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아프리카를 여행했던 미국인 두 명이 각각 뉴햄프셔주(州·2월 7일)와 뉴욕(2월 12월)에서 엠폭스 확진을 받았다. 미국 바깥 전염병이 방역 공백 사태에 따라 얼마든지 미국 본토로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중보건 비영리 단체 '암레프헬스아프리카'의 기틴지 기타히 대표는 NYT에 "최고의 인력을 투입했을 때도 감염병의 미국 유입을 완전 차단하지는 못했다"며 미국 방역망 약화를 우려했다.

감염병을 악용한 생물학 테러 위협도 감내해야 할 판이다. USAID 자금이 콜레라·탄저균 등 무기화 소지가 있는 세균 감시에 투입되어왔기 때문이다. 관리가 허술해지면 아프리카 지역 무장 단체가 해당 균을 손에 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손을 떼고 있는 반면 중국 러시아는 아프리카 지역 감염병 관리 업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방역 시스템 공백을 중국 러시아가 차지할 경우 "이들 국가가 느낄 '신규 생물학 무기 개발'이라는 유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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