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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다녀오겠다"며 필리핀 법정서 도망간 한국인 용의자, 닷새 만에 체포

입력
2025.03.10 14:10
수정
2025.03.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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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필리핀서 위조 여권 이용하다 적발
필리핀에서도 사기 혐의로 수사 대상 올라

조엘 앤서니 비아도 필리핀 이민국장이 9일 필리핀 케손시에서 한국인 사기 용의자 나모씨(왼쪽 두 번째)와 공범 강모(왼쪽 첫 번째)씨 체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

조엘 앤서니 비아도 필리핀 이민국장이 9일 필리핀 케손시에서 한국인 사기 용의자 나모씨(왼쪽 두 번째)와 공범 강모(왼쪽 첫 번째)씨 체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

필리핀에서 법원 심리 도중 도주했던 한국인 사기 용의자가 현지 수사 당국에 붙잡혔다. 생리현상을 이유로 당국의 감시망을 빠져나간 지 닷새 만이다.

10일 필리핀 이민국은 전날 사기죄 조사 중 도주한 한국인 나모(28)씨와 공범 강모(20대)씨를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팜팡가주(州) 앙헬레스시 주거 지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민국 특별추적팀과 경찰, 지역 특수작전대, 군 정보 당국 관계자가 투입돼 5일간 북부 루손섬 일대를 집중 수색한 결과다.

이민국 성명과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은 이렇다. 나씨는 지난 2023년 5월 필리핀 앙헬레스 클락 국제공항에서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위조 여권을 사용해 홍콩으로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출입국 당국 확인 결과 그는 대규모 투자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도망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체포 후 필리핀인에게도 사기죄로 고발당해 한국 추방 대신 이민국에 구금됐다.

9일 필리핀 경찰과 이민국 직원들이 필리핀 케손시 이민국에서 열린 브리핑에 앞서 한국인 사기 용의자 나모씨(오른쪽 두 번째)를 살피고 있다. 필리핀 ABS-CBN 캡처

9일 필리핀 경찰과 이민국 직원들이 필리핀 케손시 이민국에서 열린 브리핑에 앞서 한국인 사기 용의자 나모씨(오른쪽 두 번째)를 살피고 있다. 필리핀 ABS-CBN 캡처

나씨는 지난 4일 오후 필리핀 케손시 법원에서 진행된 사기 사건 관련 심리 도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고 이후 건물을 몰래 빠져나간 뒤 사라졌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당국은 그를 호송한 이민국 직원이 탈출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도주에 이용된 차량은 공범 강씨가 마련했다고도 덧붙였다. 강씨 역시 사기 혐의로 한국 경찰 수배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사법기관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대담한 탈출 사건에 현지는 발칵 뒤집혔다. 리사 혼티베로스 필리핀 상원의원은 "외국인 수감자 탈출이 이민국의 무능함 때문인지, 의도적인 방조인지 의문"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국은 사건에 연루된 이민국 직원 3명을 해고하고 형사고발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나씨를 돕는 과정에서 금전 거래가 이뤄졌는지, 나씨 변호인이 도주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조엘 앤서니 비아도 필리핀 이민국장은 "붙잡힌 두 한국인은 '고위험 구금자'로 분류돼 보다 엄격한 보안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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