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엄마 생각나서 계속 울었어요”... 자식들 눈물 쏙 뺀 '폭싹 속았수다'

입력
2025.03.11 04:30
21면
구독

넷플릭스 국내 1위, 글로벌 6위 안착
'폭싹'이 시청자들 호응받는 이유
①이전 시대극과 달리 '평범한 부모' 조명
②재벌·폭력 대신 마음 울리는 대사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 넷플릭스 제공

“부모님 생각나서 엄청 울었어요.”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영상과 글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댓글이다. 1950년대생 부모 세대의 삶을 밀도 높게 그린 드라마에 시청자 공감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10일 한국·홍콩·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 전 세계 TV쇼 부문 6위에 올랐다.

자식에 나은 삶 주려는 부모 그려

'폭싹 속았수다'의 중년이 된 애순(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의 중년이 된 애순(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16부작인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아이유)의 엄마부터 애순의 딸까지 이어지는 3대의 삶을 그렸다. 1960년부터 현재까지 65년의 세월이 담겼다. 드라마는 6·25 전쟁 이후 모두가 가난했지만 자식만은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분투했던 부모를 조명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가족 돌봄을 도맡다가 결혼 후엔 고된 시집살이를 감내했던 여성들의 삶을 세밀하게 재현한다. “부모님 생각에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당시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새삼 느끼게 된다”는 반응이 많다. 김원석 감독은 드라마 공개 전 “부모 세대에게 보내는 헌사”라고 소개했다. 제목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 많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그동안 전후 세대를 다룬 시대극은 많았지만 평범한 서민을 조명한 작품은 드물었다. 1960년 안팎을 배경으로 한 ‘수사반장 1958’(2024)은 형사들의 활약, ‘삼식이 삼촌’(2024)은 혼란한 정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김헌식 중원대 사회과학대 특임교수는 “'삼식이 삼촌' 등 어둡고 남성 중심적인 시대극은 보편적인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며 “반면 ‘폭싹 속았수다’는 밝고 따뜻하면서도 전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호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의 봄은,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 그렇게도 기꺼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과 관식이 아기를 보며 웃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과 관식이 아기를 보며 웃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폭싹 속았수다’는 최근 드라마 소재나 장르와도 거리가 멀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에선 재벌가나 전문직이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를 찾기 힘들고, OTT에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르물이 많다. 반면 ‘폭싹 속았수다’는 보통의 부모와 자식이 겪었을 일들을 담담하고 경쾌하게 풀어내는 휴먼 드라마다.

작가의 힘도 크다. 극본을 쓴 임상춘(필명) 작가는 전작 ‘쌈, 마이웨이’(2017)에서는 ‘스펙’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서는 다정하고 씩씩한 싱글맘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펼쳐 큰 호응을 받았다. 30대 후반 여성으로 알려진 임 작가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전거에 바람을 넣는 것처럼 사람들을 응원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 대사에 대한 찬사도 줄잇는다. 가난을 지긋지긋해하는 딸과 애순이 말다툼을 벌인 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시인을 꿈꿨던 애순과 수영선수가 되고 싶었던 관식(박보검)이 10대 후반에 꿈 대신 부모의 삶을 택했을 때 나온 내레이션 “그들의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니라,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 그렇게도 기꺼이”도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드라마들은 평범한 서민들의 삶과 괴리된 재벌 얘기가 많아 현실이 왜곡된다"며 "반면 임상춘 작가는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현실 문제를 극적으로 구성해 대중의 지지를 받아 왔다"고 평가했다.




남보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