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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뛰쳐나간 금배지들… 지지층에 목 매는 극단의 정치

입력
2025.03.1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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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석방으로 더 극렬해진 정치권
野 광화문 농성에 단식·삭발도
與 일부 의원 24시간 릴레이시위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기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기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의원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돌연 석방되자 각자 지지층을 단속하는데 목을 맸다. 극단적 구호와 함성이 정치를 지배하면서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회의 역할은 뒤로 밀렸다. 이 같은 진영 대결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쳐 불복과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며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과 삭발, 도보 행진이 망라됐다. 윤 대통령 석방이 탄핵심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동요를 차단하려 총력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일부 의원들이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당 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집단 행동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개별 의원의 소신과 판단에 맡긴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허용해준 것이나 다름 없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은커녕 지지층 결집에만 열을 올리면서 3월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추가경정예산안과 연금개혁을 논의하려던 전날 여야협의회는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바로 사활을 건 조기 대선 정국으로 치닫는데도, 민생 입법을 처리할 마지막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野, 매일 저녁 광화문집회… 단식에 삭발까지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매일 오후 7시 광화문 비상행동집회에 이어 인근 천막에서 긴급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연다. 다만 ‘민생을 내팽개쳤다’는 비난을 우려한 듯, 일과시간에는 가급적 국회에 머물고 야간에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부 의원들은 단식에 동참하며 투쟁 강도를 높였다. 9일 단식에 나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이어 민주당 박수현 민형배 김준혁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가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헌재의 신속하고 단호한 윤석열 탄핵 인용을 촉구한다”며 “주권자 시민만 바라보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삭발 시위도 벌였다. 민주당 박홍배 김문수 전진숙 의원이 앞장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탄핵도, 저항도, 데모도 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파행을 막아내기 위해 어떤 것이든지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2일부터 매일 오후 4시 국회에서 광화문 집회 장소까지 도보 행진에 나선다.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장외 여론전의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국힘 일부 의원 ‘24시간 릴레이 시위’ 돌입

국민의힘 윤상현, 강승규 의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 강승규 의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장외 투쟁으로 맞대응하지는 않기로 했다. 반면 의원의 개별 활동은 문제삼지 않을 방침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장외 투쟁이나 현장 방문 시위는 의원들 각자 소신과 판단에 맡기겠다”며 “지도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도 없고 지침을 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지도부가 개별 의원의 극단적 시위마저 눈감아 주겠다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1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서천호 의원이 “공수처와 선관위, 헌재를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문제삼지 않았다.

실제 강성 친윤석열(친윤)계인 윤상현·강승규 의원 등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를 촉구하며 헌재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윤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2시간 단위로 릴레이 밤샘 시위를, 의원들은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입법 독재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회 해산이다. 일단 총사퇴 결의를 하고 탄핵 선고 때까지 같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트럼프가 관세 전쟁으로 활개치고 자영업자가 무너지는 등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여야가 국회에서 반성과 약속의 시간을 갖고 탄핵 선고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거리로 나가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조장할 뿐이고 여차하면 (지지자들에게)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불복종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승임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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