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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차림 푸틴, '시간은 내 편'? 30일 휴전안 뜸 들이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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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앞) 러시아 대통령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과 함께 러시아 쿠르스크 군사 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기습 침공해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지역으로, 최근 러시아가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쿠르스크=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푸른 군복 차림으로 격전지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州)를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30일 중단'을 합의한 후 연일 러시아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전장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러시아가 전장에서 승전보를 올리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침공해 일부를 점령 중인 쿠르스크 탈환에 속도가 붙은 만큼 서둘러 휴전에 응해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제 미국이 어떤 압박과 유화책을 제시해 러시아를 설득할지가 중요해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30일 휴전'을 합의하고 러시아에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러시아는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12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앞서가지 않겠다. 주의 깊게 검토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회담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하라고도 요구했다. '휴전은 러시아 손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넘긴 공을 미국으로 되돌려 보낸 격이다.
러시아가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30일 휴전에 부정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의 쿠르스크 방문 역시 '30일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로서는 전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굳이 휴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특히 러시아군은 12일 기준 지난 닷새간 쿠르스크에서 약 259㎢의 영토를 수복하는 등 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한 시점부터 따지면 점령됐던 지역의 86%, 약 1,100㎢ 규모의 영토를 탈환했다고 한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왼쪽) 국무부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회담을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제다=AP 뉴시스
러시아 내부에서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 제언이 있었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도 나왔다. WP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협력하는 유력 싱크탱크가 지난달 작성한 보고서에는 '취임 100일 이내에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내용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주권을 인정받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한 제언이 담겼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만든 합의를 이견 없이 받아들일 경우 내부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할 수도 있다.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는 건 미국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정부 측) 사람들이 현재 러시아로 가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휴전 합의를 위해) 재정적으로 러시아에 매우 나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것은 러시아에 파괴적일 것"이라며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러시아가 '눈앞의 영토'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당근을 미국이 제시해야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으로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재가입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압박에 가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거부하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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