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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심실세 거명 ‘성완종 리스트’, 철저히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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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들 부인하지만 개연성 있어
국민 의혹 해소 않으면 정권 부담
檢, 공정한 수사로 불명예 씻어야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담은 메모가 발견됐다. 메모 내용과 관련된 언론인터뷰 육성파일도 공개됐다. 자원개발비리 수사와 별개로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성 전 회장의 바지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ㆍ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과 건네진 금액이 적시돼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를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 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허 전 실장에 대해“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7억 원을 서너 차례에 나눠서 현금으로 직접 건넸다”고 말했다.
거명된 당사자들은 “황당무계하다. 맹세코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아직은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확인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음해를 했겠느냐는 상식적 판단과 돈 전달 내용의 구체성 등으로 미뤄 터무니 없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성 전 회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도 “2007년 허 전 의원의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며 경선자금 지원을 암시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의 폭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진실을 규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거론된 당사자들이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어서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권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물론 금품을 건넸다는 당사자는 숨졌고,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도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공소시효 논란도 제기되고 있고, 성 전 회장의 메모나 녹취록 외의 추가 증거 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조건을 일일이 따져 수사 착수를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 보았듯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으로서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론된 정권 핵심 실세들이 당당하다면 수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검찰은 즉각 수사하고 관련자들은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의 즉각적인 공동성명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 전 회장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별건 수사 등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원개발과 관련된 수사가 벽에 부닥치자 성 전 회장의 개인비리 혐의를 포함시켰다. 검찰이 성 전 회장과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은 언론인터뷰에서 “(검찰이) 저거(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랑 제 것(배임ㆍ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랬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런‘기획 사정’이니 ‘하명 수사’니 하는 비판을 씻기 위해서라도 눈치 보지 말고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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