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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사외이사진 '중량 넘어선 거물들'

입력
2015.04.14 04:40

법조ㆍ정ㆍ재계 인사들 두루 포진

위기 때마다 영입… 유착 의혹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기업이 기업 명성에 비해 과하게 화려한 거물급 사외이사진을 구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의 위기나 성완종 전 회장의 개인적 비리 혐의가 불거질 때마다 관련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도급 순위 30위권 안에 겨우 턱걸이했던 경남기업이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을 포섭한 데에는 성 전 회장의 인맥과 처세술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에 연루돼 재판(배임증재 혐의)을 받던 2007년 당시 경남기업의 사외이사진은 막강했다. 법조계에선 한광수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그리고 경제계에선 임창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포진했다. 검찰과 세무 쪽에 모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공교롭게도 성 전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2007년 11월) 두 번째 특별사면(2008년1월)을 받은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으로 진통을 겪을 때는 금융권에 밝은 사외이사진이 유독 많았다.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2차례(2009년, 2013년) 워크아웃 심사 때 경남기업은 큰 어려움 없이 채권은행들의 지원 약속을 받아냈고,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당시 경남기업 사외이사로는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2009년3월~2010년3월)와 김덕기 전 신한은행 충남영업본부장(2012년3월~2014년3월)이 있었다. 또 지난해 3월부터는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출신의 이영배 전 기업여신관리부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에 관리인을 파견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신한은행과 경남기업의 유착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 전 회장이 2011년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건넬 때 중간 전달자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역시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 전인 2010년 3월부터 2년간 사외이사를 지냈다. 당시 그는 홍 지사의 한나라당 7ㆍ4전당대회 경선캠프 공보특보였다.

한편 경남기업의 접대비가 대선 시기에 집중적으로 증가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경남기업의 접대비는 2005~2014년까지 10년간 53억5,4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17대 대선(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앞둔 2006년(10억300만원)과 2007년(10억8,500만원)에 접대비가 월등히 많이 지출됐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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