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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成, 영장 청구되자 홍준표 금품로비 증거만 준비"

입력
2015.07.02 19:02

정관계 인사 만난 일정표 점검 지시

검찰은 2일 중간수사발표에서 4월 9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하기 전 2,3일간의 행적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그가 4월 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리스트 작성에 나섰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3월 검찰의 자원외교비리 수사가 경남기업을 향하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정당한 기업활동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다녔다. 4월 3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된 그의 ‘구명활동’은 6일 구속영장 청구를 변곡점 삼아 내용과 성격이 바뀌었다. 구명활동이 나름의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자 큰 충격을 받고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 때부터 성 전 회장은 변호사와 형제들을 만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준비하는 한편, 자신의 금품로비 증거를 수집했다. 먼저 성 전 회장은 6일 오전 11시쯤 자신의 참모 격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 이용기 부장을 불러 홍준표 경남지사 측에 현금 1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이야기한 뒤 이들과 함께 홍 지사 측에 돈을 직접 전달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찾아갔다. 성 전 회장은 윤 전 부사장이 입원한 병실에서 “홍 지사에게 돈을 잘 전달했냐”며 당시 상황을 복기하는 식의 대화를 나눴고, 곁을 지키던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이 대화내용을 듣게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려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비서진 중 한 명에게 정관계 인사를 만난 기록이 적힌 자신의 일정표를 다시 점검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다만 홍 지사 외에 ‘성완종 리스트’속 나머지 7인에 대해서는 홍 지사 경우처럼 구체적으로 금품로비 증거를 수집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성 전 회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비서진으로부터 ‘언론보도가 잘 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이에 일일이 언론 관계자들을 접촉해 “보도를 잘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자 다시 한번 낙담했고,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9일 새벽 집을 나가 경향신문과 전화인터뷰를 마친 뒤 북한산 형제봉 인근서 목을 매 사망했다는 것이 검찰수사의 결론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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