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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檢'… 노건평 혐의는 조목조목

입력
2015.07.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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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 2장 반 분량 할애 자세히

"특사 로비정황 있지만 시효 지나"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결과 발표 자료에서 혐의 내용을 가장 상세히, 그리고 많이 할애한 인물은 73세의 노인 A씨였다. 검찰이 실명을 밝히지 않은 A씨는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73)씨를 가리킨다. 전체 A4용지 15장 분량의 발표문 가운데 노씨의 혐의는 2장 가량 할애 됐는데, 다른 인물들은 1장을 넘지 않았다. 노씨가 결과적으로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검찰이 정치권, 특히 여권에 보여주기 수사를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노씨는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씨가 그 대가로 받은 돈은 5억3,000만원에 달했다. 1차 특사 때는 3,000만원을 받았는데, 경남기업 전 상무이자 노씨의 고향후배인 김모씨가 전달책 역할을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005년 5월 특사 직후인 7월에 노씨에게 약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07년 2차 특사 때도 성 전 회장의 비서실장과 함께 12월 26~29일 노씨를 세 차례 찾아가 청탁을 했다. 그 대가는 노씨의 지인인 이모씨가 운영하던 경남기업 하도급 업체인 I건설의 공사대금 약 5억 원을 증액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노씨는 2008년 자신이 실소유주인 K사의 법인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씨는 K사의 명의상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김씨는 1차 방문에서 노씨에게 “공사현장은 걱정 안 하시도록 해드리겠다”고 했고, 2차 방문 때 노씨에게서 “성 회장은 (특사가) 어렵다고 하더라”라는 답을 들었다. 이에 김씨는 3차 방문 때 “(I건설이 공사중인) 언양 현장은 좀 더 챙겨드리겠다”고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2007년 12월 28월 확정된 특사 명단에는 성 전 회장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30일 청와대에서 법무부로 성 전 회장의 사면을 추가로 요구해 31일 국무회의에서 성 전 회장이 포함된 특사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 노씨가 청와대의 결정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에 대해 검찰은 밝히지 않았다. 노씨는 물론 참여정부가 또 한번 ‘욕’을 먹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을 의혹으로 남겨둔 셈이다.

그러나 노씨의 이 같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시효가 지났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문제의 5억원 공사대금은 2007년 말 증액됐고, 전체 공사대금은 순차적으로 지급돼 2009년 12월까지 최종 정산됐다. 하지만 공사대금 32억 중 17억원이 2007년 말과 이듬해 1월 사이에 집중 지급된 점을 감안하면, 특별사면 대가로 보이는 5억원은 공소시효 기준인 2008년 7월 이전에 지급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공여자가 사망해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기 어렵고 증액된 대금이 순차적으로 지급된 내역에 비추어, 재산상 이익 수수가 2008년 7월 이후에도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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