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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동물 라이브’ SNS에서도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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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님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후 6시쯤 휴대폰 화면에 방송을 시작한다는 알림이 떴다. 달리는 특유의 ‘개무룩’(개+시무룩의 합성어) 표정으로 인기를 끌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합쳐 약 40만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견. 휴대폰 속 달리가 주인 이지은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치킨이 배달되고, 치킨 앞 달리는 특유의 ‘개무룩’ 표정으로 앉아있다. 사람들은 “퇴근 길에 힐링 된다”, “달리는 저녁 먹었잖아”등의 글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의 집 반려견이 산책하고, 밥 먹는 라이브 영상을 함께 본 사람은 1,600여명에 달했다.
SNS를 활용한 라이브 영상 트렌드가 요즘 동물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스타 반려견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들도 수시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때로 기자회견, 입양행사 등을 방송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메시지나 내용보단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행동 등을 담아낸다. 라이브 형식도, 시간도 방송을 하는 주체 마음이라 제 각각이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시간 가량 이어지며, 휴대폰 카메라를 이동하며 보여주기도 하고 아예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기도 한다.
SNS를 활용한 동물 라이브 방송은 해외에서도 인기인 것 같다. 200만 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보유한 비영리단체인 도그블레스유(Dog Bless You)는 도우미견 센터 등에서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라이브로 보여준다. 강아지들이 계속 잠만 자거나 꼼지락거리는 영상인데도 방송에 참여한 사람들은 “귀엽다(cute·adorable)”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않는다.
동물은 이미 TV 방송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인기 주제였다.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이 등장하면 성공한다는 광고의 3B법칙도 그렇고, 방송에서는 ‘펫방’(애완동물을 뜻하는 펫과 방송을 합친 말)이라는 단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귀엽고 예쁜 동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점은 동일하지만 현재 SNS 라이브 방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방송을 하는 주체뿐 아니라 다른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느낌을 빼놓을 수 없다. 화면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또 방송을 하는 사람이 때로 게시한 질문에 말이나 글로 바로 답해주기 때문에 참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달리의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이지은씨는 “지금까지 인터넷 세상에서 보던 ‘사이버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실시간 소통하면서 영상 통화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얘길 듣는다”고 했다. 또 달리의 행동을 모두 예측할 순 없기 때문에 때때로 방송사고처럼 생각하지 못한 상황도 연출되는데, 이 점을 재미있어 한다고 한다.
동물을 다루는 SNS 라이브 방송의 또 다른 매력은 오히려 주제나 내용 없기 때문에 ‘멍 때리며’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편집은커녕 동물들이 밥 먹고 산책하고 함께 놀고 잠을 자는 일상적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출퇴근을 하면서 또는 잠시 쉬는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자극적인 영상이나 내용은 없지만 귀여운 동물들의 행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동물들의 라이브 방송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재미와 위로가 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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