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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계도기간 끝나는데 첫발도 못 뗀 탄력근로제

입력
2018.12.04 18:00
수정
2018.12.04 23:3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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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개선위 인선 갈등에 출범도 못해… 기업 “계도기간 연장을” 아우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년부터 범법자가 될 판이다. 계도기간이라도 연장해 달라.”

“대기업은 일자리 확대, 업무 효율화 등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 사업장의 처벌을 유예하는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이 올 연말로 종료되며 재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를 상쇄해줄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 역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논의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개선위원회’(노동시간위)는 공식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사업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의 충격이 큰 기업들은 올 하반기 계도기간 동안 다각도로 충격 흡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노력만으론 문제해결에 한계가 뚜렷해 사실상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특정 주에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의 최장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려 달라는 것이 재계의 요구다.

재계에선 △정기적인 시설 정비가 필요한 정유ㆍ석유화학ㆍ철강업 △시운전 기간이 필요한 조선업 △기상 악화로 인한 공사 지연을 대비해야 하는 건설업 △고객 요청에 따른 프로젝트형 업무가 많은 정보기술(IT)업 등을 대표적인 52시간 근무 애로 업종으로 꼽는다.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시설 정기보수는 최대한 짧게 끝내야 나머지 기간 동안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는데, 지금은 숙련 인력조차 모자라 52시간을 지킬 경우 보수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해상 시운전이 문제다. 선박을 인도하기 전 바다에서 성능을 최종 검증하는 작업인데, 특수선과 해양플랜트는 1년 이상 소요된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한번 바다에 나가면 배에 계속 머무르는데, 현실적으로 52시간을 지킬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업무 집중 기간에 52시간을 지키는 수준으로 인력을 충원할 경우 비수기에는 인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우려된다”며 “융통성 있는 해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위는 공익위원 인선을 두고 한국노총과 경사노위 간에 갈등이 생겨 공식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조만간 출범을 한다 해도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는 과로사회 복귀이며 임금 삭감”이라고 강력 반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탄력근로제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며 “노동시간위에서는 주 52시간 적용 제외 대상인 5인 미만 사업장의 과로 문제, 포괄임금제 문제 해결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계도기간이라도 연장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은 탄력근로제와 무관하게 이미 올 초부터 시행이 예정된 사안인데다 적용 대상 역시 300인 이상 기업이기 때문에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6개월의 계도기간이 부여됐고, 300인 이상 기업이라면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맞게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탄력근로제 처리를 계도기간 연장과 연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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