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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아들이 사고를 쳤다, 아버지는 엄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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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아들이 둘 있다. 큰아들은 모범생이다. 뭐든 말없이 알아서 잘 처리하고 공부를 잘한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걱정거리는 재수를 하고 있다는 것 하나 정도. 아버지가 보기엔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둘째 아들은 골칫거리다. 대만 영화 ‘아호, 나의 아들’은 극단적인 두 아들과 아버지 사이를 통해 어찌할 수 없는 가족의 애증을 그려낸다.
사고뭉치 둘째 아들 아호가 결국 큰 사고를 친다. 불량한 친구가 자신과 시비 붙은 동년배의 손목을 자른다. 범죄를 도운 죄에 중형이 불가피하다. 아버지는 단호하다. 법정에서 합의대신 엄벌을 요구한다. 둘째 아들은 3년 동안 소년원 생활을 견뎌야 한다. 가뜩이나 남남처럼 지내던 아버지와 둘째 아들 사이는 더욱 냉랭해진다.
아버지는 성실하고 고지식하다. 운전학원 강사로 일하며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리고 있지만 자식들에게 올바른 삶을 강조한다. 큰아들 아하오는 그런 아버지의 말을 묵묵히 따른다. 말없이 자기 일을 하며 집안 일까지 챙긴다. 둘째 아들의 비행에 속이 문드러지는 부모에게 아하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과연 언제나 그럴까.
아호가 소년원에 들어간 후 부모들은 또 한차례 놀라운 일을 겪는다. 아호의 여자친구가 임신까지 해서 찾아온 것. 아호의 무분별한 행동에 분노가 다시 끓지만 인륜을 저버릴 수는 없다. 아호를 대신해 여자친구를 돌본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아들이 밖에서 무얼 하고 다니는지 몰랐냐고 타박하지만, 아버지라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가족은 가족이면서 그렇게 가족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
작은 아들만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다. 말없는 큰 아들은 자기만의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부모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큰 아들만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큰 착각이었다. 해체 직전에까지 몰린 듯한 가족은 과연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작은 아들이 소년원에서 나온 뒤에는 좀 정신을 차릴까. 아버지는 딱히 기대조차 않는다. 한일자로 꽉 다물며 아들을 대한다. 아호는 나름 성실하게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나 과거가 발목을 잡으려 한다. 부모가 나선다고 해도 쉽게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아호와 아버지 사이에는 깊고 넓은 골이 생겼다. ‘순간을 잡고 길을 정하라’는 운전학원 표어를 인생 지침으로 삼고 있는 아버지가 그 지침대로 행동하려 한다. 위기를 겨우 벗어난 듯한 가족은 다시 찾아온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호가 매번 벗어나고 싶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의 삶의 방어막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몇 차례의 반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삼 묻는다.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기도 한다. 마지막 반전에 부모라면, 자식이라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2019년 만들어진 대만 영화다. 대만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인 금마장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상을 받았다. 한국 등 해외에선 주로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해 공개됐다. 극장에서 좀 더 떠들썩하게 영화를 알릴 기회를 놓쳤다. 완성도만 따지면 최근 몇 년 사이 나온 대만 영화 중 최고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라있다.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범죄물의 모습을 띠고 있다. 입시전쟁 등 대만 사회상을 반영한 점도 흥미롭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평론가 93%, 관객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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