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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화장실도 못 가지만… 91세 그 남자는 아직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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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미(새뮤얼 잭슨)는 91세다.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가혹한 인종차별을 경험한 세대다. 그는 아내도 자식도 없다. 조카의 아들 레지가 정기적으로 찾아와 치매인 그를 돌본다. 그는 강박증까지 있어 외출은커녕 화장실조차 가지 못한다. 쓰레기장같이 너저분한 집에서 기억인지 환각인지 모를 이미지들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레지가 오지 않는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톨레미는 홀로 더욱 비참하게 남은 생을 보내야 하는 걸까.
레지는 거리에서 죽었다. 살인자는 알 수 없다. 톨레미는 장례식에서 10대 후반 로빈(도미니크 피시백)을 처음 만난다. 로빈은 조카 니시(마샤 스테파니 블레이크) 친구의 딸이다. 그가 레지를 대신해 톨레미를 돌본다. 레지는 톨레미 핏줄들과 다르다. 톨레미의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돈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미래를 적극 도모하기도 한다. 톨레미는 한 임상실험에 참여한다. 후유증이 큰 실험이지만 덕분에 그는 멀쩡하게 기억을 되찾는다.
톨레미는 사리분별이 가능해지자 두 가지 일을 하려 한다. 어릴 적 자신의 멘토였던 코이독(데이먼 굽턴)이 남긴 ‘보물’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현금화하는 게 첫째다. 다음으로는 레지의 죽음을 파헤치는 거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언제 망가질지 모를 기억에 쫓기며 톨레미는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톨레미는 자신이 숨겨둔 막대한 재산을 로빈이 관리하도록 하려 한다. 천문학자가 돼 “일론 머스크가 쏘아 올릴 화성행 우주선에 탑승”하는 게 꿈인 로빈에게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남의 돈을 중간에 빼 가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계획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혈육에게서는 볼 수 없는 면모다. 톨레미는 흑인사회의 변혁을 원했던 코이독의 유지가 로빈을 통해 실현되기를 원한다.
톨레미 주변 흑인들은 온통 가난하고 불행하다. 로빈만 해도 그렇다.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어머니는 성매매로 생계를 이었다. 레지는 성실하고 착했으나 총에 맞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레지의 아내와 자식들은 바람 앞 촛불 같은 신세다.
톨레미는 빈곤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싶다. 그가 많은 돈을 흥청망청 쓰며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날들을 보내는 대신 희생을 택한 이유다. 톨레미가 조카 니시 대신 대안가족이라 할 로빈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되는 결말은 꽤 상징적이다. 자기 핏줄만 따지는 식의 이기주의가 아닌 연대를 통해 흑인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드라마는 역설하는 듯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흑인이다. 백인이나 동양계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다. 미국사회의 흑백 갈등과 인종차별을 직설적으로 고발하는 대신 흑인들의 현실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전하려 한다. 90대 노인과 10대 후반 청소년의 우정을 바탕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형식이 흥미롭다. 미국 작가 월터 모슬리의 동명 원작 소설(2010)을 밑그림 삼아 만들었다. 흑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미국 블랙릴TV상 시상식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TV영화 리미티드 시리즈상과 남자배우상(새뮤얼 잭슨) 등 4개 상을 수상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시청자 9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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